조금 달라보이네? 외관 변신하는 자동차의 속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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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신차가 나오면 보통 5년 정도의 주기를 가진 후 풀체인지 모델이 등장한다. 물론 이것은 제조사마다 다르며 어떤 모델은 10년 가까이 판매가 이뤄지는 것도 있으며 3년 이내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방금 등장한 새 모델이라고 해도 2년 정도가 지나면 소비자들은 심심함을 느끼고 신차 효과도 사라지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때에 2년 이상의 시간이라는 것은 사실상 판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공개 후 풀체인지 모델이 나오기 전에 한 가지 과정을 거친다. 이것을 보통은 ‘부분 변경(FACE LIFT)’ 또는 리디자인(RE-DESIGN), 아니면 연식을 앞에 붙여(예 2019년형 등) 변화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이 같은 부분 변경 모델은 대체로 신차 출시 후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공개된다.

신차 이상의 변화로 느껴지는 부분 변경을 거친 2019년형 기아 쏘렌토(왼쪽)

이 같은 변화에는 신차 출시 후 소비자들로부터 얻은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며 양산형 외에 다른 대안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적용하기도 한다. 혹은 제조사에서 통일된 테마를 적용하는 아이덴티티를 정했다면, 그것이 반영되지 못한 모델의 경우 부분 변경을 통해 동질성을 심기도 한다. 과거 기아차의 경우 호랑이코 그릴을 패밀리룩으로 정한 후 기존 모델의 경우 부분 변경을 통해 호랑이코 그릴을 더하기도 했다. 변화의 범위는 다양하다. 컵홀더의 크기나 위치 변경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최근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옵션을 더하거나 편의 사양을 높여주는 것도 부분 변경에 속한다.

하지만 부분 변경의 핵심은 사실 디자인에 있다. 헤드램프와 범퍼 디자인을 조금 손봐 신선함을 더하는가 하면 아예 신차급 변화를 주기도 한다. 기아 2019년형 쏘렌토의 경우 부분 변경이라고 불리기에 아까울 정도로 신차와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앞뒤 범퍼 디자인은 물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디자인도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쏘렌토보다 터프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큐라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프리시전 컨셉트가 반영된 ILX. Photo=Acura news

어큐라 ILX의 경우는 최근 이미 출시된 모델에 부분 변경을 통해 브랜드의 새 아이덴티티인 ‘프리시전 디자인’을 새겨 넣었다. 어큐라는 새로운 다이아몬드 펜타곤 그릴을 통한 프런트 디자인 변경을 올뉴 RDX와 MDX, TLX에 적용했다. 특히 올뉴 RDX의 경우는 처음부터 프리시전 디자인 콘셉트가 더해진 모델이기도 하다. 기존 ILX의 모범생 같은 이미지는 새로운 어큐라 프리시전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더 화려하고 과감한 모습으로 변신을 꾀했다.

부분 변경만을 통해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크라이슬러 300 세단. Photo=FCA news

신차 가뭄을 겪는 FCA 그룹 내 크라이슬러 디비전의 경우 기존 300 시리즈 세단의 지속적인 부분 변경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300 세단은 지난 2005년 LX 플랫폼을 바탕으로 첫선을 보였다. 이후 플랫폼을 개선하고 디자인과 상품성 변경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사실상 2005년에 나온 모델이 주된 바탕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거의 13년간을 풀 모델 체인지 없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포드 토러스 역시 지난 2010년 6세대 모델이 선보인 이후 2013년 부분 변경을 한차례 거친 후 지금까지 완전 변경 없이 라인업에 올라있다. 이전 토러스는 약 3~4년 신차 주기를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단종을 앞두고 있다.

부분 변경 후에도 판매가 부진한 현대 2018 쏘나타(오른쪽). Photo=Hyundai news

자동차 회사들이 부분 변경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판매 증진이다. 그러나 많은 노력을 들여 상품성을 높였다 해도 시장에서 외면 받는 모델도 있다. 현대 쏘나타는 2015년 7세대 LF 모델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 6세대 모델보다 인기를 끌지 못하자 2017년 신차에 가까운 변화를 준 부분 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미국 시장에 2018 쏘나타로 소개된 부분 변경 모델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대체로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분 변경 이후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쏘나타는 곧 풀 체인지 모델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신차 출시 후 자동차 회사들은 대체로 비슷한 고민을 한다. 부분 변경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다음 세대 모델로 가느냐, 아니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기존 모델의 상품성을 높일 것이냐. 이 같은 고민은 사실 제조사의 신차 개발 주기와 회사 사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최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으로 인해 신차 출시 역시 4~5년에서 3~4년으로 빨라지는 추세.

약 7년 사이에 모델을 3번이나 바꾼 토요타 캠리. 발빠른 변화 덕분에 시장의 리더 자리를 지키고 있다. Photo=Toyota news

토요타 캠리의 경우 리콜 사태 문제를 일으킨 VX40 모델 이후 2011년 등장한 부분 변경 모델이 2014년 다시 상품성 변경을 거쳤고, 불과 3년 만에 현재 판매 중인 코드명 VX70 풀체인지 모델이 탄생했다. 그런데 자동차 모델을 살펴봄에 있어서 ‘부분 변경’이라는 것은 어쩌면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균적으로 부분 변경을 거치고 2년 후 신차가 나온다는 주기를 따져본다면 언제 차를 사야 할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아무리 원판이 좋아도 시간이 지나면 성형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자동차의 운명. 내가 타는 차는 언제쯤 수술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