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관상을 결정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담긴 깊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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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얼굴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인중(人中)’이라고 한다. 인중은 윗 입술과 콧구멍 사이에 볼록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관상학에서도 인중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이 골의 깊이와 너비 등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자동차의 얼굴에 있어서도 인중 만큼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기능적인 관점에서 볼 때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의 냉각을 위해 라디에이터에 차가운 공기를 닿게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창문과 같은 역할. 주행 중 차량 앞 부분에 튈 수 있는 각종 이물질로부터 라디에이터를 보호하는 방패막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그릴의 위치가 자동차 얼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다보니 디자인적인 부분이 크게 강조되어 온 것도 사실. 자동차 회사들은 각자 저마다의 아이덴티티를 이 그릴을 통해 표현해내려 하고, 모델마다 통일성을 이루는 패밀리룩 역시 이 그릴 통해 완성해온 사례들이 많다. 어떤 브랜드와 모델들이 자동차 얼굴의 인중 관리를 잘해왔을까? 라디에이터 그릴에 더해진 의미와 그 디자인을 살펴본다.

    BMW 6 모델에 적용된 키드니 그릴. Photo=BMW media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굳혀 온 대표적인 사례는 BMW를 들 수 있다. 사람의 신장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키드니(Kidney)’ 그릴. BMW는 이 그릴을 통해 디자인 철학을 표현해왔다. 키드니 그릴이 첫 도입된 모델은 1933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공개된 BMW 303 로드스터였다. 이후로 키드니 그릴은 모델별로 크기와 모양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두 개의 흡입구를 지닌 형태는 80년이 넘는 역사속에서 항상 지켜져왔다.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최신 모델은 육각형이 강조된 스타일로 바뀌었다. Photo=AUDI media

    아우디 역시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으로 브랜드 철학을 만들어냈다. 초기 싱글 프레임은 후드와 프런트 범퍼 아래로 까지 그릴을 둘로 나누지 않고 역 사다리꼴 모양을 지닌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토쇼를 통해 공개된 ‘르망스 콰트로’ 콘셉트에서 첫 선을 보인 이 디자인은 2004년 3월 아우디 A3 스포트백 모델에 양산차로는 처음 적용됐다. 이후로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은 자동차 디자인에 하나의 터닝포인트로 여겨질 만큼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역사다리꼴 모양이 아닌 육각형을 강조한 스타일로 변화를 주었다.

    벤츠는 삼각별 엠블럼을 중심으로 그릴 디자인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며 모델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왔다. 격자 무늬 그릴과 세로 줄무늬 등 크기와 모델에 따라 그릴 디자인에 약간의 변화는 있어왔지만 가운데 삼각별을 중심으로 펼치 그릴 디자인은 벤츠의 아이덴티티로 자릴 굳히고 있다.

    짚 그랜드 체로키의 강인한 인상을 결정짓는 세븐 슬롯 그릴. Photo=FCA media

    미국 브랜드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짚(jeep)이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통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오고 있다. 짚은 ‘세븐 슬롯’이라고 불리는 7개의 세로로 긴 홈을 가진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가진다. 슬롯이라는 의미는 동전을 넣는 구멍이라는 뜻, 초대 짚에서 구현된 7개의 슬롯은 마치 저금통에 난 동전 구멍과 같이 생기기도. 짚의 세븐 슬롯은 시대를 거쳐 레이아웃은 지키되 디자인은 현대적으로 다듬어져 왔다.

    신형 IS.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 엘피네스가 반영된 스핀들 그릴이 돋보인다. Photo=Lexus media

    최근 혁신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의 변화를 준 브랜드는 렉서스다. 2011년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된 ‘LF-GH’ 콘셉트는 그릴의 위아래가 하나로 연결된 형태를 지닌 라디에이터 그릴을 지녔는데 렉서스는 이를 ‘스핀들(Spindle)’ 그릴이라 부른다. 스핀들이라는 뜻은 실타래 또는 방추라는 뜻, 겉으로 볼 때는 모래시계 같이 보이기도.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통해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엘피네스(L-Finesse)를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 역시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오고 있다. 현대는 지난 2009년 투싼 모델을 통해 ‘헥사고널(Hexagonal)’ 그릴을 공개했다. 이후로 육각형 모양의 이 그릴은 현대차 SUV, 중 소형 모델들에서 주요 사용되며 브랜드의 동질성을 높여왔다. 헥사고널은 신형 i30(미국명 엘란트라 GT)를 공개하면서 새롭게 적용된 캐스케이딩(Cascading) 그릴로 발전했다. 육각 모양의 큰 틀은 유지하되 그 안에 무늬 등을 벽을 따라 흐르는 물결 모양을 형상화시켜 적용했다. 케스케이딩은 앞으로 현대차 디자인 전반에 걸쳐 적용될 예정.

    현대차에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케스케이딩 그릴. Photo=Hyundai media
    기아 스팅어에서 강조된 타이거 노즈 그릴. 브랜드의 역동적인 부분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Photo=KIA media

    기아는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타이거 노즈(Tiger Nose)’ 그릴을 아이덴티티로 발전시켜 왔다. 2008년 6월 중형차 로체에 처음 선보인 이 그릴 디자인은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인중을 형상화시켜 디자인됐다. 기아는 이 그릴을 소형차부터 SUV, 최근엔 GT카인 스팅어에까지 적용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높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이 같은 그릴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은 생명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바로 라디에이터가 필요 없는 전기차의 등장 때문. 실제로 테슬라 모델은 특별히 브랜드를 상징할만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하지 않았다. 대신 헤드램프나 범퍼 디자인으로 아이덴티티를 지켜오고 있다. 그래도 자동차 얼굴 디자인에 있어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능보다는 디자인이 중시되기에 전기차 시대에는 그에 어울리는 전면 디자인의 포인트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참신한 그릴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모델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