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함의 대표, 허머(Hummer). 20년 만에 전기차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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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전쟁 영화 속 단골 자동차 중 하나는 바로 허머(Hummer)다. 두꺼비처럼 넓고 낮은 차체와 동그랗고 작은 헤드램프는 허머의 상징 중 하나다. 사실 이 차의 태생은 다들 알다시피 군용으로 개발됐다. AM 제너럴에서 다목적 군용 차량으로 만든 허머는 1985년부터 실전에 배치되어 수송용에서부터 경량 전투차량까지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며 미군을 대표하는 차량으로 이름을 떨쳤다. 본래 군용 허머의 이름은 험비(Humvee)로 불렸다. 그러다 1992년 AM 제너럴이 민간인도 탈 수 있는 험비를 만드는데, 그때부터 이름이 허머로 바뀌었다.

쉐보레 타호 베이스로 만든 2005년형 허머 H2.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Photo=GM news

이후 1999년 AM 제너럴이 GM에게 팔리면서 GM은 허머의 상표권과 판매권 등을 넘겨받는다. GM은 허머를 디비전(하위 회사)으로 만들고 허머 브랜드 아래 H1이라는 모델을 공개한다. 이때부터 AM 제너럴 허머가 아닌, 허머 H1으로 팔리게 된다. H1의 성공 후 허머는 쉐보레 타호를 베이스로 만든 허머 H2를 공개했다. H2는 정통 군용 스타일을 지닌 H1에 비해 덩치도 작고 일부 기능적인 부분도 H1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머는 이후 H2보다 더 작은 H3를 공개했지만 역시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결국 GM 파산보호와 함께 허머는 중국 자동차 회사에 매각될 운명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승인을 거부하면서 결국 2000년 8월 허머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허머 H3T 콘셉트. 가장 허머 답지 못한 자동차로 평가받았다. Photo=GM news

20년이나 지났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 H1 오리지널 허머는 지금도 상당한 가격에 거래될 만큼 큰 인기를 누린다. 그런데 더는 향수에 젖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GM 디비전 중 트럭 SUV 전문 브랜드인 GMC에서 허머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20년 만에 부활하는 허머는 안타깝게도 기름 냄새 풍기는 8기통 모델은 아니다. GMC는 새롭게 전기차 라인의 생산을 결정했고 그 첫 모델로 죽었던 허머를 다시 끄집어냈다. 전기차 플랫폼으로 부활한 허머는 약 1천 마력의 힘과 11,500 파운드-피트의 토크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 허머가 가졌던 힘 중 가장 강력한 수치다. 특히 시속 0부터 60마일 가속을 3초에 끝내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오는 5월 공개 예정인 허머의 티저 이미지. 1천 마력 전기차로 만들어진다. Photo=GMC news

GMC는 오는 5월 20일 전기차 허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수퍼볼을 통해 티저 광고를 선보이며 허머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광고에는 신형 허머가 가질 파워를 소개하며 시끄러운 내연기관 엔진이 아닌 조용하고 정숙한 전기차의 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를 담았다.

GM의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맡게 될 디트로이트 햄트랙 공장. Photo=GM news

한편 허머의 부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미국인들은 GMC 소셜 미디어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유는 허머라는 마초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코닉에 전기차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번 포드에서 만든 머스탱 마하E 전기차 발표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미국인들은 전설적인 내연기관 엔진을 단 모델들이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을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GMC의 새로운 허머는 최근 GM이 발표한 전기차 전문 생산 공장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햄트랙 공장에서 만들어질 예정. 당초 GM은 이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었지만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전기차 전문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약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로 부활하는 허머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마초적 기질을 지닌 미국의 아이코닉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