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전설, 수프라(SUPRA). 그 족보를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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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도쿄 모터쇼에서 토요타는 셀리카라는 아주 멋진 쿠페를 공개한다. WRC 랠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셀리카의 초대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그 후로 8년이 지나 토요타는 셀리카의 GT카 버전인 XX를 공개한다. 기존 셀리카보다 더 길고 당시로써는 강력한 직렬 6기통 2.0리터 엔진을 장착했다. 셀리카 XX는 1979년 1월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 이름은 셀리카 XX 대신 셀리카 수프라를 사용했다. 바로 토요타의 전설이자, 미국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익숙한 수프라의 탄생인 것이다.

초대 수프라는 미국인들의 기억 속 상당히 비싼 쿠페로 남아있다. 1세대 기본 모델은 당시 약 $9,578 정도에 팔렸다. 수출형 1세대 모델은 110마력을 내는 2.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달고 5단 수동 변속기 또는 4단 자동 변속기를 달 수 있었다. 1세대 후기형에는 배기량을 키운 엔진을 통해 116마력까지 출력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팝업 램프를 갖춘 2세대 수프라. Photo=Toyota news

수프라의 가치는 사실 1981년 등장한 2세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팝업 스타일의 헤드램프와 와이드 보디, 패스트백 스타일을 갖춘 것이 특징이었다. 2세대 수프라는 L타입과 P타입으로 트림을 나눴다. L은 럭셔리를 뜻하며, 가죽시트 등 고급 옵션을 더했다. P는 퍼포먼스를 말하며 스포츠 타입 시트와 알루미늄 휠 등을 더했고 후기형에는 LSD(차동제한장치)까지 기본 옵션으로 달았다. 하지만 2세대 까지 수프라는 여전히 셀리카라는 그늘 아래 이름을 놓고 있었다.

수프라의 독립 선언. 3세대 수프라 모델. Photo=Toyota news

1986년 등장한 3세대 수프라는 드디어 셀리카의 이름을 떼고 독립적인 브랜드를 갖게 된다. 토요타는 셀리카를 앞바퀴굴림 스포츠 루킹카로, 수프라는 뒷바퀴 굴림 정통 스포츠 쿠페로 포지셔닝을 달리했다. 3세대 모델부터 수프라는 특유의 타르가톱을 적용해 소비자의 만족을 높였다. 지붕 일부만 떼어 낼 수 있는 타르가 톱은 포르쉐 또는 쉐보레 콜벳 등을 통해 고급 스포츠카가 가진 하나의 우월 점이었다.

3세대 수프라는 터보차저를 더함으로 성능을 더욱 끌어 올렸고, 각종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출전해 눈길을 끄는 성적을 만들어 내는 등 퍼포먼스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후기형 모델 터보 A의 경우 6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0마력을 내는 등 당시 일본 차 중에서 가장 빠른 모델로 기록된다. 일본에서 3세대 모델은 토요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JZ 엔진이 달리기도 했다.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를 갖춘 JZ는 약 276마력의 힘을 만들어냈다.

영화 <분노의질주>로 유명세를 탄 4세대 수프라. Photo=Toyota news

4세대 수프라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프라의 전설을 만들어 낸 모델이다. 1993년 등장한 4세대 모델은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와 우람해진 차체, 2JZ 엔진을 통해 최대 330마력까지 만들어낸 정통 스포츠 쿠페였다. 여기에 토요타 최초로 적용된 6단 수동 변속기는 수프라의 퍼포먼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4세대 수프라는 시속 0부터 60마일 가속을 단 4.6초에 끝내는 등 당시 포르쉐보다 빠른 쿠페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4세대 수프라의 탄탄한 기본기는 1995년 르망 24시 레이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비록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당시 수퍼카들과 어깨를 겨루며 달리는 수프라의 모습은 저렴한 대중 브랜드 자동차가 수퍼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반전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결정적으로 수프라의 명성을 끌어올리게 된 사건은 아마 영화 <분노의질주>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튜닝카로 등장한 오렌지색 수프라는 영화 속 페라리와의 레이스에서 막상막하의 성능을 보이며 팬들을 열광을 샀다. 지금도 수프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은 바로 그 영화에 등장한 오렌지 수프라를 떠올린다. 영화 속 수프라는 2015년 $185,000에 팔리기도 했다. 두꺼운 마니아층과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수프라는 2002년 단종의 비운을 맞는다. 시장성도 불투명한 데다 엄격한 배기가스 규정을 지키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 결국 토요타의 아이콘이자 퍼포먼스카의 상징이었던 수프라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신형 수프라 GR 레이싱. 곧 양산 모델이 데뷔한다. Photo=Toyota news

그러나 최근 86을 부활시킨 토요타는 수프라의 귀환도 밝혀왔다. 2014년 등장한 FT-1은 사실상 수프라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이후로 적지 않은 프로토타입 모델이 도로에서 포착됐고, 토요타 GR 레이싱 버전 수프라는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토요타는 공식적으로 2019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5세대 수프라의 부활을 예고했다. 단종 후 16년 만에 토요타의 전설이 돌아오는 셈이다. 신형 수프라는 알려진 대로 BMW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BMW 신형 Z4는 로드스터로, 토요타는 중형 퍼포먼스 쿠페로 이 차를 만들었기에 성격은 전혀 다르다. 다만 궁극의 자동차를 만드는 BMW와 토털 밸런스와 품질의 대명사인 토요타의 협력이 수프라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 것이란 사실에는 의심이 없다.

수프라의 부활로 당분간 퍼포먼스 자동차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Photo=Toyota news

신형 수프라는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AWD까지 갖출 것으로 보인다. 생산은 오스트리아 마그나 스테이어 공장에서 신형 Z4와 함께 만들어진다. 공식 데뷔 전 알려진 신형 수프라의 모습은 4세대의 프런트를 연상케 하며 몸매는 훨씬 슬림하고 역동적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돌아온 토요타의 전설 수프라. 이 차를 기다려온 마니아들은 벌써 흥분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