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겨울철 자동차 타기 전에 보닛에 ‘노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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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데이비드 김 씨는 바쁜 출근길 아침 서둘러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고등이 뜨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견인차를 불러 가까운 수리점으로 차를 옮겼다. 차를 맡기고 10여 분이 지나 데이비드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고양이가 엔진룸으로 들어가 있는지 모르고 시동을 켰다가 엔진 주요 벨트가 다 끊어진 것. 안타깝게도 고양이도 목숨을 잃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고양이들. 겨울철 자동차 엔진룸은 고양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길고양이들이 자동차 보닛 안으로 들어가는 사고로 인해 자동차도 고장 나고 오너 역시 끔찍한 경험을 갖게 된다. 이들은 추운 날씨를 피해 따뜻한 자동차 보닛 안으로 파고든다. 유연한 고양이들은 자동차 앞 범퍼 아래 틈을 통해 엔진룸으로 들어가거나, 펜더 안쪽 커버가 깨진 자동차의 경우 서스펜션 암을 밟고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대형 SUV와 같이 엔진 공간에 여유가 많은 경우는 이들이 쉽게 들어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미국 남부 등에서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람쥐를 비롯해 심지어 부엉이가 발견된 사례도 있다.

엔진룸 안으로 숨어든 고양이.

이렇게 동물이 엔진룸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시동을 걸면 어떻게 될까? 처음 시동을 걸 때 동물의 몸이 엔진의 주요 부품에 걸려있다면 곧바로 조처를 할 수도 있다. 엔진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이 엔진과 연결된 부분이 아닌, 빈 곳 안에 숨어있는 때에는 일단 자동차가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달리는 중에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팻헬쓰네트워크>에서는 지난 2009년 7달이 된 아기 고양이, 메디가 엔진룸 속에서 약 100여 마일을 자동차와 함께 달린 사례를 소개했다. 매체는 모든 고양이가 메디와 같은 행운을 얻는 것은 아니라며 장거리 운전 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점검법을 알리기도 했다.

겨울철 아침에는 자동차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보닛을 노크하는 것이 좋다

시동 전 엔진룸 안에 숨은 동물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차에 올라타기 전 반드시 보닛에 ‘노크’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겨울철 실내 지하 주차장처럼 따뜻한 곳에 세워둔 자동차라면 고양이가 특히 좋아하는 환경이므로 출발 전 고양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노크는 보닛 끝부분부터 안으로 조심스럽게 두들겨보면 좋다.

길고양이들은 추운 날씨에 자동차 타이어 뒤에 숨기도 한다

또한 엔진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타이어 위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출발 전 차량 주변을 걸으면서 타이어를 한 번씩 발로 차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자칫 노크 소리에 더 놀라 깊은 곳으로 숨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노크와 별로도 차를 탈 때 일부러 문을 여러 번 여닫거나 경적을 울리는 것도 좋다. 미국에서도 출발 전 ‘경적 울리기’ 운동 등을 통해 자동차로 숨어든 동물을 살리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곳에서는 자동차 옆에 놓을 수 있는 뜨거운 핫팩을 팔기도 한다. 고양이가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그 옆에 놓인 핫팩에서 몸을 녹일 수 있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요즘이 이런 사례가 발생하기 특히 좋은 계절이다. 자동차에 오르기 전 보닛을 두드리는 것을 잊지 말고 타이어와 차 주변 상태도 꼭 확인해보자. 출발 전 주의 깊은 작은 행동 하나가 길고양이의 목숨도 살리고 내 차의 고장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