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로드트립의 복병, ‘블랙 아이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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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고 녹은 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도로 위 블랙 아이스가 생길 수 있다

A 군은 모처럼 겨울 휴가를 맞아 LA 인근 빅베어 마운틴으로 향한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에 창고에 보관 중인 윈터 타이어를 끼고 혹시 몰라서 체인도 챙겼다. 도로 사정을 알리는 뉴스를 보니 통행이 괜찮다고 해서 안심이 된다. 빅베어 마운틴의 구불구불한 길을 즐겁게 달리는 A군. 그런데 코너를 돌아 그늘진 길로 접어들 때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갑자기 차가 진행하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가더니 뒤가 움찔했다. 다행히 차가 정상 차선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급히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겨울 운전을 위해 만만의 준비를 다 했던 A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가 겪은 도로 조건을 가리켜 ‘블랙 아이스’라고 한다. 다른 별명으로 ‘도로 위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표현도 있다. 블랙 아이스는 아스팔트 표면에 보이지 않게 형성된 얼음 막을 뜻한다. 보통 눈이 그치고 나서 녹은 후라도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거나 도로 위 그늘진 곳 등에서는 블랙 아이스가 생길 수 있다.

‘블랙’이라는 뜻에서 보듯, 이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고 녹는 과정에서 아스팔트 틈 사이로 눈과 습기 등이 머물게 되고, 여기에 도로 중 오염 물질 등이 섞이면서 보이지 않는 층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운전하면서 보면 정말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얼음판으로 변한다. 게다가 일반 눈길보다 약 6배 이상 미끄럽다고 한다.

운전석에서는 알아채기 힘든 도로 위 얼음판, 블랙 아이스.

블랙 아이스는 주로 그늘진 도로, 고지대의 산길 중 음지, 그늘에 가린 코너, 터널 진입로 등에 생기기 쉽기 때문에 한 번 사고가 나면 일반 눈길 사고보다 사망률이 4배나 높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준비하지 못한 때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다른 차들과 연쇄 충돌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블랙 아이스의 존재를 예상하고 예방 운전을 한다면 사고를 막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눈이 내린 다음 날이나 녹은 상황이라도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 있다면 가능한 결빙 구간 운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침 산길과 같은 곳은 블랙 아이스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눈이 내린 지역을 지날 때 코너 안쪽 구간, 그늘진 곳, 터널 구간을 만난다면 블랙 아이스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이 좋다.

블랙 아이스는 일반 눈길보다 사망률이 4배나 높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런 구간 앞에서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아 속도를 줄이거나 스티어링 휠을 급조작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그 때문에 미리 이 같은 구간을 예상한다면 미리 브레이크를 나누어 밟아 가면서 속도를 줄이거나 급하게 스티어링 휠 조작을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운전 전문가들은 만약 빙판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면 당황하지 말고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 자세를 잡으라고 권한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철저한 방어 운전이 중요하다.

가장 큰 예방법은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운전 경력이 있는데”, “눈길 운전은 내가 제일 잘해”라는 의식은 도로 위에서 블랙 아이스보다 위험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 블랙 아이스가 있을지 모른다는 예측과 방어 운전이 겨울철 로드트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월동 장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