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데 있어서 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유에 대해선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자동차의 첫인상 역시 헤드램프 디자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 그릴 디자인과 범퍼 등이 완벽해도 헤드램프가 어색해서 디자인이 살지 못한 케이스도 많았다.
토요타는 4세대 신형 프리우스를 공개하면서 마치 콘셉트카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 보이는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이전세대에 적용된 친근한 이미지와 달리 무척 사나운 인상을 가지게 됐다. 이런 부분들이 지적을 받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못하자 토요타는 곧 헤드램프 등을 세련되게 바꾼 프리우스 프라임이라는 모델을 내놓는다. 결과는? 프리우스 세단의 지난 2월 판매는 동년동월보다 약 28.2%가 감소됐다. 하지만 프라임은 동년동월보다 무려 50.5% 판매가 늘었다. 헤드램프 하나 바꾸고 조금 손봤을 뿐인데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BMW는 앞트임 성형으로 재미를 봤다. 헤드램프 안쪽 그릴과 맞닿은 부분을 길게 늘린 디자인을 빗대어 부르는 표현. BMW는 이 디자인을 통해 다소 심심해 보였던 키드니 그릴과 전면부에 역동성을 키우고 안정적인 느낌도 더했다. 크리스토퍼 베일의 손에서 만들어진 신형 3시리즈(F30)는 이전까지 만났던 BMW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취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앞트임’이 가장 큰 변화다.
지금은 이같은 레이아웃도 완전히 눈에 익었다. 앞트임은 신형 5, 7 시리즈 등에도 전달됐다.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면 BMW가 아닌 것처럼 느끼지기도. BMW는 이 앞트임으로 다소 보수적이고 애매하게 흘러갈 뻔 했던 정체성을 한번 더 붙잡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이뤘다.
전통적으로 보수적 디자인을 지켜온 메르세데스-벤츠는 눈확대술로 팔자가 바뀌었다. 전작 모델들이 선과 각을 중요시한 보수적인 디자인을 지녔다면, 요즘 벤츠는 부릅뜬 자신감있는 눈매가 멋지게 다가온다. 젊은 디자이너 고든 바그너는 그렇게 보수의 상징인 벤츠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눈 확대 수술을 통해 커진 눈동자 안에는 LED 선을 넣어 역동성을 더했다. 이런 스타일의 헤드램프는 벤츠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작은 A 클래스부터 상급 S까지. 눈동자만 봐도 벤츠임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헤드램프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바꾼 또 하나의 브랜드가 있다. 바로 렉서스다. 이쪽은 성형 방법도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스핀들 그릴을 중심으로 헤드램프 디자인을 최대한 얇고 세련되게 바꿨다. 눈 아래 속눈썹을 붙인 듯, 따로 자리한 LED 라이트는 작아진 헤드램프 디자인에 역동성을 더한다. 렉서스의 기함 신형 LS 역시, 이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새 얼굴로 탈바꿈. 이전에 보았던 커다란 헤드램프와 보수적인 눈매는 찾아볼 수 없다.
요즘 나오는 최신 모델들은 이처럼 화려한 헤드램프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그런데 누구 하나가 뜨면 말 그대로 따라하는 모양새도 지울 수 없다. 기아 포르테는 BMW 3시리즈 헤드램프를 닮았다고 해서 이슈를 낳기도 했다. 한국 강남에 성형외과 근처를 다니다보면 눈매가 거의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고 한다. 누가 예쁘다고 소문이 나면 모두가 또 그렇게 따라하기도. 자동차 업계도 아마 예뻐지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을 듯. 앞으로도 비슷한 눈매를 가진 자동차들을 심심찮게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