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들은 영화 속 주인공보다 자동차에 더 눈길이 간다. 특히 자동차가 주제인 영화라면 더욱더 그렇다. 만약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타고 나온 자동차는 항상 궁금증이 앞선다. 특히나 자신이 알고 있는 모델이라면 더욱 신이 날 테고, 아니라면 영화가 끝나고 제일 먼저 검색하는 것이 배우가 아닌 자동차일 것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좋은 영화는 스토리나 주인공보다 등장하는 자동차에 따라 평점이 매겨진다.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 속 자동차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 다시 보고 싶은 그 장면과 모델 베스트 모델 톱3를 소개한다.
라라랜드에서 데이트를 즐겼던 그들의 애마 – 1982년 뷰익 리비에라 컨버터블
LA를 배경으로 청춘남녀의 사랑과 성공을 그린 영화 <라라랜드>. 이 영화 이후로 LA 여행이 바뀌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을 통해 관객들은 LA의 새로운 매력을 경험했다. 영화의 여러 장면 중에서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면은 지금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흐뭇한 기억으로 남는다. 특히 미아의 집 앞에서 경적을 울리며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세바스찬은 클래식한 매력을 뽐내는 오픈카에 앉아있었다. 이 차는 1982년 뷰익에서 만든 리비에라 컨버터블이다. 미국 브랜드 뷰익이 만든 당시 고급 컨버터블로 유독 재즈와 같은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들이 애용했다고도 한다.
1세대 리비에라는 1963년에 등장했다. V8 엔진을 갖추고 길이만 약 208인치에 이르는 거구였다. 2도어 하드톱 구성을 갖춘 리비에라는 등장과 함께 미국 부자들을 공략했다. 이후 몸무게를 줄이고 샤프함을 강조한 2세대 모델이 1970년까지 이어진다. 이후 독특한 보트 테일 디자인을 갖춘 3세대가 등장했고 조금은 보수적 디자인을 갖춘 4세대 모델은 1976년까지 팔렸다. 이후 5세대를 거쳐 발전한 리비에라는 최고의 전성기 모델이라고 평가받는 6세대 모델이 1979년 선보인다. 이 차는 1985년까지 판매됐는데, 영화 <라라랜드> 속 세바스찬의 차가 바로 이 6세대 리비에라다. 이 차는 리비에라 최초 앞바퀴굴림 쿠페형 베이스에 다양한 엔진 구성을 갖췄고 컨버터블 모델도 더했다. <라라랜드> 이후 다시 조명받은 리비에라 컨버터블은 올드카 시장에서 몸값이 오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분노의 질주에서 페라리도 잡은 그 차 – 1993년 도요타 수프라
자동마 마니아들에게 정석과 같은 영화 < 분노의질주>. 이미 여러 편이 나왔지만 1편의 말리부 바닷가에서 페라리와의 대결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당시 검정 페라리와 승부욕을 불태운 자동차는 토요타 수프라였다. 주인공 브라이언은 중고 수프라를 구해 수퍼 튜닝을 하고 이 차를 시험하기 위해 해안도로로 향한다. 신호 대기 중인 블랙 페라리와의 만남. 이 페라리는 F355 모델로 V8엔진으로 375마력을 내는 당대 최고의 수퍼카 중 하나였다. 페라리와 막상 막하의 대결을 펼친 토요타 수프라는 4세대 모델로 지금도 일본차 튜닝 마니아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4세대 수프라는 미국 시장에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팔렸다. 전설의 2JZ 엔진을 통해 약 220마력을 만들어냈고 이후 더해진 터보 엔진은 320마력 정도를 냈다. 영화 속 등장한 수프라는 엔진에서부터 섀시, 서스펜션 모든 부분을 튜닝했다. 영화 이후 몸값이 부쩍 오른 4세대 수프라, 캐나다에서는 오른쪽 핸들 모델(일본 내수용)까지도 수입해 팔았다는 설도 있다. 실제 영화에 등장한 수프라는 옥션에서 $185,000에 팔리기도 했다.
델마와 루이스의 운명을 책임진 자동차 – 1966년 포드 선더버드
여성들의 도전과 자유를 소재로 멋진 장면을 연출한 영화 <델마와루이스>. 영화 속 여러 장면 중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단연 마지막 절벽으로 뛰어 내리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위한 자동차 여행에 나선 두 주인공. 그러나 의도치 않은 살인과 절도 등으로 위기에 몰린 델마와 루이스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결국 유타의 데스 홀스 포인트라는 지역에 이른다. 이곳에서 그녀들은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자동차와 함께 캐년으로 뛰어든다. 이들과 함께 하늘을 난 자동차는 1966년 포드 선더버드다.
‘T-버드’라는 별명이 있는 포드 선더버드는 미국인의 추억 속 명차로 통한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용으로 만들어진 2도어 컨버터블인 선더버드는 지난 1955년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1세대 모델이 등장한다. 이 차는 쉐보레 콜벳을 불러오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당시 2도어 고급 쿠페, 컨버터블 시장에서 선더버드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1958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은 1세대와 달리 2+2 시트를 갖춘 모델로 탄생했다. 뒷좌석을 갖췄지만 여전히 2도어 스타일을 유지한 2세대 모델은 선더버드의 선택폭을 보다 더 넓혀나갔다. 1961년에는 3세대 선더버드가 등장했다. 이후 1964년에는 4세대 모델로 이어진다. 바로 이 4세대 모델이 바로 영화 <델마와루이스>에 등장한 멋진 자동차다.
영화 속 1966년 모델은 약 315마력을 내는 V8 엔진을 통해 힘있는 주행이 가능했고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도 초기형 4세대 모델보다 더 멋지게 바뀌었다. 영화 덕분에 지금도 미국인들의 기억 속 선더버드는 바로 이 시대 디자인이 인기를 끈다. 선더버드는 이후로 2002년에 8세대 모델까지 등장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2005년에 단종의 비운을 겪었다. 실제 영화에 등장했던 6세대 선더버드는 미국 최고의 자동차 옥션 쇼인 바렛 잭슨을 통해 $71,500에 팔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