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자국산 우대정책에
글로벌 업체들, 현지생산 나서
중 기업은 국내 상용 전기차 공략
한국산 등 기존 글로벌 브랜드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2015년 16만1725 달러(약 1억7400만원)였던 한국의 전기차 대(對)중국 수출액은 2016년 10만7380 달러(약 1억1600만 원)로 33.6% 감소했고 2017년은 실적이 전무했다. 수출 대신 현지 생산으로 방향을 튼 결과다.
중국 내 상위 20개 차종 중 수입 브랜드는 17위를 차지한 테슬라 모델S가 유일할 정도로 자국산 편중 현상이 심하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행보 때문이다. 2017년 도입한 전기차 의무생산제도가 대표적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는 2018년 8%에서 시작해 2020년까지 매년 2%씩 전기차 생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자국산 장려 정책도 노골적이다. 중국 정부는 1대 10만 위안(약 1680만원)까지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을 차 가격이 아닌 배터리 성능에 따라 책정되도록 했다. 비싼 수입차라도 보조금은 중국차보다 많이 받지 못한다.
또 중국 정부는 2016년 12월 이후 뚜렷한 이유 없이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틈을 타1995년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비야디(BYD)는 이 기간 배터리 등 부품을 수직계열화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김주철 코트라 창사무역관장은 “2016년 중국 전기차 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300억 위안(약 5조520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며 “관의 정책적 지원에 민간이 호응한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이 커지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도 중국 업체로 기울고 있다. 2017년 판매량 기준 글로벌 전기차 상위 10개 업체에 비야디(2위), 베이징자동차(BAIC·3위), 지리차(吉利·GEELY·4위), 상하이자동차(8위) 등 중국 업체 4개가 이름을 올렸다. 또 글로벌 전기차 모델 판매량 상위 20개 중에서 중국 토종 모델이 9개에 달했다.
최근 중국은 글로벌 업체를 자국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데까지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전기차의 외국인 합자 기업 개수에 관한 제한을 없앴다. 현지 업체와 합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5월부터 위에동(한국명 아반떼)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중국 시장 2위인 지리차는 스웨덴 볼보 인수 후 전기자동차 합자회사 ‘GV오토모빌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지리차는 올해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AG의 지분을 매입했고, 전기차 개발을 위한 연합체를 만들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국영 기업인 JAC자동차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JAC는 5년 내 15개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30%를 전기 자동차로 채울 방침이다.
자국서 잘나가는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을 공략중이다. 비야디는 제주도를 거점으로 한국에 전기버스를 보급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현재 20대가 운행 중이다. 국내에 판매된 중국산 전기버스는 100여 대에 달하고 업체는 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중국 업체들은 버스와 트럭 등 국내 상용 전기차 시장을 공략이 수월한 ‘약한 고리’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