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로부터 약 5억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낸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인 리비안(Rivian)이 화제를 낳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R.J. 스카린지가 미국 플로리다주를 기반으로 창업했다. 당시 회사 이름은 아베라(AVERA)였는데, 현대 중형 세단 아제라(AZERA)와 발음과 철자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회사 이름을 리비안으로 바꾼 해프닝도 있었다. 리비안은 플로리다주 브러바드 카운티 인근에 흐르는 인디언 강에서 모티브를 땄다.
리비안은 지난 2017년 일리노이주에 자리한 미쓰비시 공장을 매입하고 나서도 한동안 베일에 싸인 브랜드였다. 그러나 지난해 LA오토쇼를 통해 그들의 장막이 완전히 벗겨지면서 사람들은 리비안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리비안은 순수 전기로 가는 픽업트럭(R1T)과 SUV(R1S)를 공개했다. 순수 전기차의 경우 세단과 SUV를 제외하고 픽업트럭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라는 점에서 리비안은 블루오션을 봤다.
특히 리비안은 순수 전기차용 트럭 프레임을 개발하고 이 위에 다양한 보디를 얹을 수 있도록 설계해 주목을 끌었다. 픽업트럭 R1T는 길이 X 너비 각각 215 X 79 인치에 이르는 중형 사이즈를 지녔고 쿼드(4개) 모터를 통해 약 750마력의 힘을 만들어낸다. 한번 충전으로 약 400마일 가까이 주행할 수 있으며 시속 0부터 60마일 가속을 3초에 끝내는 고성능을 지녔다.
SUV 모델인 R1S 역시 R1T와 비슷한 스펙을 지녔지만, 승객을 배려한 실내 공간 구성이나 고급성에 있어서 럭셔리 브랜드가 만든 전기차 SUV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다. 특히 각을 살린 박스형 디자인은 랜드로버와 같은 느낌을 주며 소비자에게 익숙하게 다가온다.
리비안은 지난 LA 오토쇼에 이어 2019 뉴욕 오토쇼에도 이 두 모델을 공개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리비안은 이미 아마존으로부터 7억 달러의 투자금을 이끌어냈고 이번 포드의 5억 달러를 합쳐 약 15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리비안은 설비 투자 및 본격 양산을 위한 자금 조달에 숨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드는 리비안에 약속한 5억 달러와는 별도로 1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는 픽업트럭 부문에서 포드의 F 시리즈는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모델 구성을 크로스오버나 친환경 파워트레인 분야로 눈을 돌리는 포드의 입장에서 볼 때 전통적인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는 픽업트럭 역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분야다. 포드는 순수 전기 픽업트럭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리비안과 협력해 전기로 달리는 F 시리즈 트럭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에 대한 투자에 이어 F 시리즈 전기 픽업트럭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자 네티즌들의 시선은 곧장 포드가 가진 퍼포먼스 트럭 랩터(RAPTOR)로 향했다. 랩터는 포드 F150를 기반으로 오프로드는 물론 온로드에서도 힘 넘치는 주행을 위해 별도로 튜닝된 모델이다. 랩터는 현재 3.5리터 에코부스트 터보 엔진을 통해 약 450마력의 힘을 만들어낸다. 리비안 R1T가 750마력의 힘을 내고 있으니 만약 포드와 리비안이 협력해서 퍼포먼스 픽업트럭을 만든다면 그 이상의 힘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순수 전기차의 영역이 세단과 SUV를 넘어 픽업트럭까지 넓어지고 있다.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 역시 세미 트럭을 통해 전기로 달리는 트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순수한 전기 파워트레인은 과연 내연기관 엔진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트럭 시장까지 위협할 수 있을까? 포드와 리비안의 협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