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머슬카로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가 있다. 그런데 머슬카라고 해서 다 같은 머슬카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모델 대부분은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엔트리급 트림을 두고 있다. 기본형 카마로에는 4기통 2.0 리터 터보 엔진이, 머스탱에는4기통 2.3리터 터보 엔진이 자리했다. 닷지 챌린저의 경우는 V6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사실 이 같은 엔진을 갖춘 모델을 머슬카라 부르기는 조금 곤란하다. 박력 있는 배기음도, 머슬카 특유의 토크도 없다. 이유는 아메리칸 머슬카의 상징 V8 엔진을 빼먹었기 때문.
다행스럽게도 이들 머슬카에는 V8 엔진을 갖춘 트림을 고를 수 있다. 카마로는 SS, 머스탱은 GT, 챌린저는 R/T등 트림에서 정통 아메리칸 V8 엔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V8 엔진을 가진 머슬카들 역시 최근 트윈 터보를 앞세운 유럽과 아시안 브랜드와의 고출력 경쟁 속에서 명성이 옛날 같지 않다. 특히 전통적으로 마력보다 토크를 앞세운 푸시로드 스몰블록 엔진은 숫자상으로 머슬카들에게 적지 않은 자존심의 상처를 주기도. 그래서 이들 머슬카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퍼카급 모델을 역사 속에서 찾아 부활시키거나 새로 만들어냈다. 머슬카를 뛰어넘는 머슬카.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뉘르부르크링에서 달군 실력, 코너링에는 따를 자 없는 쉐보레 카마로 ZL1
1967년 등장한 1세대 카마로에는 네가지 하이 퍼포먼스 버전이 있었다. Z28, RS, SS와 함께 ZL1이 이름을 올렸다. ZL1은 당시 포드가 위협을 느껴 보스 머스탱을 출시하게 할 정도로 대단한 모델이었다. 이후 ZL1은 한동안 카마로의 라인업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 5세대 카마로에서 ZL1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과 함께 머슬카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ZL1은 2017년 6세대 카마로를 기본으로 만든 신형 ZL1으로 진화한다. 이때부터는 더는 미국만을 대표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6세대 ZL1은 최신형 6.2리터 V8 LT4 OHV 수퍼차저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만 무려 650마력에 이른다. 6단 수동 변속기 또는 10단 자동 변속기를 고를 수 있으며 시속 0부터 60마일 가속을 단 3.5초에 끝낸다. 10단 자동 변속기는 포르쉐 PDK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고도 알려져 있다. 여기에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통해 제동력을 높였다. 이 같은 성능에 대한 검증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ZL1은 독일 뉘르브루크링 서킷에서 쉐보레 콜벳 Z06이 세운 최고속도인 197마일보다 빠른 202마일을 기록했다.
쉐보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ZL1에 LE1 트랙 패키지도 마련했다. 궁극의 트랙 머신으로 소개될 만큼 머슬카가 오직 직선에서만 강하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실제 ZL1 1LE는 밀포드에 자리한 GM 테스트트랙에서 일반 ZL1의 랩 타입을 3초나 앞당긴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경량 단조 휠을 비롯해 트랙 주행에 맞춘 외관 업그레이드와 경량 멀티매틱 DSSV 댐퍼 등을 적용했다. 성능과 파워, 여기에 트랙 주행에 맞춘 핸들링까지. 머슬카 중에서 카마로 ZL1을 따라올 자가 있을까?
코브라의 강인함을 모토로, 머스탱 쉘비 GT350
펜더를 꽉 채운 휠. 낮고 넓은 차체와 그릴 가장자리에 코브라 마크를 달고 있는 머스탱을 만난다면 쉽게 시비를 걸지 말지어다. 머스탱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파워를 지닌 쉘비 GT350은 전설의 머스탱 전문 튜너 고(故) 캐롤 쉘비의 역사와 함께 한다. 최고 GT350은 1965년 모델로 거슬러간다. 그러나 2016년 현 6세대 머스탱을 바탕으로 GT350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로 새롭게 탄생했다. 지금은 포드 내 전문 튜닝 부문인 포드 퍼포먼스의 튜닝을 통해 일반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GT350은 머스탱의 V8 모델인 GT와 엔진 자체가 다르다. 일반 GT는 5.0리터 코요테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나 GT350에는 526마력 V8 5.2리터 부두(VOODOO) 엔진이 자리한다. 포드의 V8은 쉐보레와 닷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구조적으로 포드는 타 메이커가 주로 사용하는 OHV(오버헤드 밸브)와 달리 OHC(오버헤드 캠) 모듈러 V8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가변형 구조가 가능하다는 점. 이 구조를 바탕으로 코요테 엔진과 부두 엔진이 만들어졌고, GT350에 사용된 부두 엔진은 보다 고회전(레드존 8,250rpm)에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설계를 지녔다. 이 때문에 GT350의 V8 엔진은 고회전에서 특유의 배기음을 만들어낸다.
GT350은 카마로 ZL1 1LE처럼 일반도로에서 곧바로 레이승 트랙으로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GT350R 트림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19인치 카본파이어 휠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2 최강 퍼포먼스 타이어가 자리했다. 기본적인 GT350 역시 레카로제 시트와 마그네틱 라이드 댐핑 시스템 등을 통해 트랙 주행이 가능하다.
전미 드래그 협회에서 출전 금지시킨 괴물, 닷지 데몬
쉐보레와 머스탱이 테크니컬 트랙 주행에 어울리는 튜닝과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면, 닷지 챌린저 데몬은 미국을 대표하는 드래그 레이스를 상징하는 강력한 심장과 성능을 지니고 있다. 챌린저는 1960년대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머신. 이후 2008년 다임러-클라이슬러의 LC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8년, 닷지는 LC 플랫폼의 단점을 손봐 LA 플랫폼을 만들었고 2018년 닷지 챌린저 역시 개선된 플랫폼 위에 만들어졌다.
고출력을 견디는 섀시는 기존 6.2리터 SRT 핼켓 수퍼차저 엔진을 대폭 개량해 만든 808마력 데몬 엔진을 얹고 있다. 데몬은 옥탄가 100이상의 휘발유를 넣으면 최고출력이 무려 840마력으로 올라간다. 고출력을 견디는 변속기는 ZF제 8단 자동 변속기가 들어가며 3가지 모드로 조절 가능한 액티브 댐핑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브레이크는 모두 브렘보 시스템을 달았고 드래그 머신 답게 차체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올-스피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도 달고 있다.
데몬은 핼켓 모델처럼 레드 또는 블랙 키를 가지고 있는 것에 따라 출력을 선택할 수 있다. 808마력의 봉인을 풀고 싶다면 레드키를 들고 타면 된다.
일반 도로는 물론 드래그 트래까지 달릴 수 있는 데몬은 2018년 한해 생산 예정으로 단 3천300대만 만들어지며, 이중 미국에 3천대 캐나다에 300대가 배정됐다. 데몬은 2017 뉴욕오토쇼 출시 당시 악마들이 지옥에서 꺼내 철창 안에 가둔 채로 끌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만큼 이름에 어울리는 성격과 파워를 지닌 셈. 챌린저의 팬더 옆에 악마의 얼굴 모양 마크가 달려있다면 숨을 죽이길. 이 차는 람보르기니보다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