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기존 미니밴인 세도나를 이름부터 디자인, 성능까지 완전히 ‘환골탈태’시킨 다목적차량(Multi-Purpose Vehicle) 2022년형 카니발을 출시해 자동차 전문매체는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SUV 선호 추세에 따라 미니밴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트렌드를 간파한 듯 미니 밴이 아닌 ‘MP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내세워 마케팅에 나서며 호평받고 있는 2022년형 카니발을 시승해 봤다.
▶경쟁차 압도 디자인·사양
카니발은 미국 내 시판되는 기아차 중 처음으로 새로 변경된 엠블럼을 달고 출시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전 미니 밴 세도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디자인과 성능으로 화제가 됐었지만 4세대 카니발은 완전히 새로운 차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3열 SUV 텔루라이드와 신형 쏘렌토 등 기아 SUV의 시그니처 비주얼 디자인 컨셉트가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정면 모습만 놓고 보면 마치 신형 SUV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이나믹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 디자인은 항상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시판되고 있는 미니 밴들 가운데 최고의 디자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카니발을 선택하고 싶다.
모던하면서도 널찍한 타이거 노즈 그릴과 작지만 강력한 LED 전조등이 볼드한 라인을 따라 조화롭게 배치되면서 강렬함과 세련미를 돋보이게 한다. 머슬카나 GT카에서 볼 수 있을법한 후드 라인과 전조등에서 후미등으로 이어지는 숄더라인이 날렵한 고성능 박스카를 연상시킨다.
좌우로 길게 뻗은 후미등이 임팩트를 주고 있는 후면은 심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일부 차들에서 볼 수 있는 ‘과유불급’ 디자인 요소보다는 심플함과 볼드함을 강조한 점이 훨씬 좋아 보인다. 시판되고 있는 차들 가운데 전면과 후면 모습이 다른 차를 보는 듯 동떨어진 느낌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번 카니발은 전·후면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운전석도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듯 크롬 가니시가 좌우로 길게 가로지르며 운전대를 중심으로 공간감과 개방감을 제공하고 있다. 시승한 SX 프레스티지 트림은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2개가 나란히 일체형으로 구성돼 있어 심플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시인성도 좋았다.
스마트폰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연결 및 무선 충전 기능은 USB 유선 연결로 인한 운전자의 불편함을 해소해 줬으며 곳곳에 최대 9개의 USB 포트와 2개의 110V 파워 아웃렛을 마련해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탑승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트림에 따라 7인승, 8인승으로 구분되는데 7인승 선택 사양인 VIP 라운지 좌석 시스템은 난방 및 통풍 조절 기능에 날개형 헤드레스트와 레그 익스텐션까지 탑재돼 마치 여객기 비즈니스석이나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듯한 안락함을 제공했다.
8인승에는 전후 이동식 다기능 2열 중앙좌석을 갖춘 슬라이드 플렉스 시스템이 장착돼 편의성을 높였다. 2열 좌석은 탈부착이 가능하고 3열 좌석은 바닥 아래로 완전히 수납돼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 및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캠핑이나 차박, 개인 업무용으로 최적의 선택일 듯싶다.
이외에도 2열, 3열 탑승객을 위한 듀얼 스크린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를 포함해 운전자와 동승자간 캐빈 인터콤 시스템, 탑승자 음성인식 기능 등이 기본 트림인 LX를 제외한 모든 트림에 기본 장착된다.
▶SUV급의 주행 성능
MPV를 표방하는 카니발은 최고 출력 290마력의 3.5L V6엔진,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으며 3500파운드의 견인능력 등 동급 최고 수준의 파워트레인을 자랑한다. 또한 3세대 신형 N3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돼 안전성, 주행성을 개선하고 개량된 차음재를 사용해 실내 소음을 최소화했다.
그리피스파크에서 출발해 빅 터헝가 댐 전망대까지 도심과 프리웨이, 산길 왕복 60마일 구간을 주행하면서 시속 60마일시 실내소음이 72~75dB을 기록해 박스형 롱바디 차량으로서는 준수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산길을 주행했다. 스포츠 세단과 같이 모드 변화에 따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으나 핸들링과 서스펜션이 큰 차체를 단단하게 잘 잡아줬다. 운전을 하다 보면 신형 SUV를 운전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응답성도 좋았고 안정감도 느낄 수 있었다.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들어오는 널찍한 윈드쉴즈와 통풍 시트, 동급 유일의 후측방 모니터 기능 덕분에 누구라도 쾌적하고 안전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2개의 보스 스피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으로 공간감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서라운드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동승자들은 듀얼 모니터를 통해 극장 같은 영화감상이 가능할 듯싶다.
이 밖에 주행과 관련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 12가지가 기본 탑재돼 있는데 현존 첨단 안전, 주행 사양이 거의 다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시승하면서 사양이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조장치 터치패널이 디자인적으로는 깔끔하지만 감지 부위가 센시티브해 운전하면서 조작하기에는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는 점과 시승차의 2열 VIP 라운지 좌석 무게가 있어서인지 전후 이동에 힘이 꽤 들어가는 점, 고급스럽지만 지문이 쉽게 남는 유광 피아노 블랙 재질, 갤런당 19~20마일 수준의 연비 등이 아쉬웠다.
2분기부터 판매에 들어간 카니발의 가격은 LX 3만2100달러, EX 3만7600달러, SX 4만1100달러, 최고급 트림인 SX 프레스티지가 4만6100달러다.
SUV가 대세라고 하지만 SUV와 미니밴의 장점을 충족시켜주는 카니발이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는 가족을 위한 다목적차량으로 확고한 위치를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