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항공이 정서 안정을 이유로 기내에 동반할 수 있는 동물을 개와 고양이로 제한키로 했다.
일부 탑승객들이 원숭이, 캥거루, 심지어 공작새까지 정서 안정을 이유로 기내에 동반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후 마련한 조치다.
아메리칸항공은 8일 “다음 달 1일부터 동반 탑승 가능한 ‘정서 지원 동물'(Emotional Support Animal)은 한 마리로 제한되며, 대상은 개 또는 고양이에 국한된다”고 발표했다. 단, 장애인 보조 등을 위해 특별 훈련을 받은 조랑말 등 ‘서비스 동물'(Service Animal)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할 방침이다.
동반 탑승하는 정서 지원 동물과 서비스 동물은 최소 생후 4개월 이상 되어야 한다. 또 다른 탑승객들과 승무원들의 건강 및 안전 보호를 위해 전문의의 서명이 포함된 예방 접종 기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레슬리 스캇 아메리칸항공 대변인은 “반려동물의 탑승 비용을 지불한 승객은 더 어린 동물을 동반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좌석 아래 들어가는 케이지에 넣어 다른 탑승객 또는 승무원과 상호작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2003년, 항공편 이용객이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동물의 탑승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반려 동물과 달리 서비스 동물과 정서 지원 동물에 대해서는 항공료가 징수되지 않는다.
미국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아메리칸•유나이티드•제트블루•사우스웨스트•알래스카 항공 등 미국 주요 민간 항공 여객기의 정서 지원 동물 동반 탑승 건수는 2016년 48만1천 건에서 2017년 75만1천 건으로 74%나 급증했다.
반면 각 항공사들은 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탑승객들의 불만이 점점 커졌다.
특히 작년 2월에는 뉴욕의 한 여성이 길이만 55cm에 달하는 공작새를 정서 지원 동물로 주장하며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내에 동반 탑승하려다 제재를 당하는 등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각 항공사들이 규제 강화를 추진해왔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1월 정서 지원 동물과 서비스 동물의 종류를 제한하고 아울러 생후 4개월 미만의 동물은 기내에 동반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델타항공도 8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에 정서 지원 동물을 동반할 수 없도록 했으며 생후 4개월 미만 탑승 금지 조건도 명문화했다.
미국 연방법상 항공사들은 장애가 있는 탑승객들이 동물을 기내에 동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각 항공사들이 동물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예방접종 및 훈련 기록을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