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거주하는 J양은 몇 달 후 한국 출장 일정이 잡혔다. 업무 특성상 한국 내 지방 여러 도시들을 다녀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대중교통 상황을 생각하니 차라리 운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시민권자인 J양은 단순히 미국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한국에서 운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말을 하고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하지만, 엄연히 J양은 한국에서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운전해도 될까? 결론은 할 수 있다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는다. 바로 국제운전면허증(International Driving Permit, 이하 IDP)이 있어야 한다.
‘국제 운전면허증’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 또는 방문으로 오는 이들에게 무척 익숙한 단어다. 국제 면허증 제도는 세계 약 150여 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물론 미국도 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국인들도 IDP를 발급받아 해외에서 운전할 수 있다. 미국에서 IDP를 신청, 발급받는 것은 아주 어렵지 않다. 먼저 악명 높은 대기시간을 자랑하는 차량 등록국(DMV)을 갈 필요가 없다. IDP는 흔히 ‘트리플A’라고 불리는 미국 자동차클럽(The 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 이하 AAA)에서 발급을 대행한다. 따라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내가 거주하는 지역과 가까운 AAA 사무실을 찾아가면 된다. 위치 정보는 AAA 웹사이트(www.aaa.com)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필요한 서류는 IDP 신청서(AAA 웹사이트 통해 다운로드 가능), 여권 사진 2장, 유효한 미국 자동차 운전 면허증, 발급비 $20을 준비하면 된다. IDP의 유효기간은 대체로 1년이나, 국가에 따라 6개월 정도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여행국가가 제시하는 IDP 유효 기간을 반드시 살펴보는 것이 좋다. 한국의 경우 제네바에서 체결된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에 따라 미국에서 발급받은 IDP를 가지고 입국한 날로부터 1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접수는 AAA 사무실을 찾아가 하는 방법과 해당 서류 등을 준비해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다. AAA 웹사이트에서는 우편으로 접수할 때 주의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으니 반드시 우편으로 보내기 전에 비용, 처리 기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IDP를 받았다고 해서 한국에서 무작정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또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용 자동차는 운전할 수 없다. 다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대여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경우, 즉 ‘렌터카’인 경우는 운전할 수 있다. 특히 영주권자의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가 취소됐거나 효력이 정지된 후 결격 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IDP를 가지고 운전을 할 수 없으니 꼭 이 부분을 챙겨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항상 미국 운전면허증과 여권, 그리고 IDP를 항상 함께 가지고 다닐 것을 권한다.
한편 한국에서 외국 국적자가 IDP 없이(운전 금지,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 포함) 운전하다가 적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으로 간주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점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