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도 자동차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 모델이 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10년이 지났는데 가치가 변하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지만, 실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밸류가 크게 내려가지 않는 모델이 존재한다. 과연 이와 같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자동차는 어떤 모델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혼다에서 만든 2 시트 로드스터인 S2000이 있다. 이 차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99년 4월이다. 당시 혼다 기연 공업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념비적인 모델로 직렬 4기통 2.0리터 VTEC 엔진을 지니고 있었다. S2000은 출시와 함께 일본 차 마니아들은 물론 속도를 즐기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05년에 엔진을 2.2리터로 바꾼 모델이 등장했으며 2009년 1월 공식적으로 단종 됐다.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S2000은 대부분 2006년 이후 모델이 많다. 미국 내 대형 중고차 거래 사업소의 시세를 통해 살펴보면 2007년형 S2000(주행거리 약 4만)의 가격은 $25,000~$28,000선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버전인 2009년형 모델의 공장 출고가는 약 $32,000 내외. $25,000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면 12년간 겨우 -21%밖에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주행거리가 적은 모델과 CR이라고 불리는 스페셜 버전의 경우는 $30,000선에서 거래가 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가격 가치를 논하기가 힘들 정도로 잔존가치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S2000의 이 같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차량 자체의 희소성과 함께 후속 모델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꼽는다. 또한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성능과 스타일, 그리고 로드스터라는 장점으로 인해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 혼다에서 아직 S2000을 대체할 다른 모델이 없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S2000은 과연 언제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일까?
다음으로 미쓰비시가 만든 랜서 에볼루션이 있다. 미쓰비시가 한창 WRC 랠리에서 맹활약을 펼칠 때 그들은 랜서를 기반으로 만든 랠리카로 우승권을 휩쓸었다. 당시 랠리카에 적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모델인 에볼루션은 작은 차체에 터보 엔진,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주행 성능을 뽐냈다. 에볼루션의 최신 버전인 X 세대는 지난 2008년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같은 모델로 생명을 이어오다가 지난 2016년 단종의 비운을 맞았다.
에볼루션은 현재 중고차 시장에 2008년 모델부터 2015년까지 다양한 연식 모델이 나와 있다. 하지만 주행거리 4만 마일 이하, 4년이 안 된 모델의 경우 약 $25,000~$28,000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새 차 출고가가 약 $35,00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이 역시 중고차 가치가 크게 내려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통해 살펴보면 약 11년 전 모델 5만 주행거리를 가진 경우 약 $21,00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랜서 에볼루션의 이 같은 가치 유지의 비결은 마지막 모델이라는 희소성과 더불어 여전히 매력적인 성능을 지니고 있음을 꼽을 수 있다. 랜서 에볼루션은 2.0리터 터보 엔진으로 약 300마력에 가까운 성능을 내며 사륜구동 시스템의 안정성은 지금도 최고로 여긴다. 특히 세월이 지나도 크게 늙어 보이지 않는 디자인도 가치를 지키는 비결로 보인다.
중고차 시세 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이 10년 이상 지난 모델 중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 수집가(collector) 마켓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S2000이나 에볼루션의 경우 객관적인 차량의 가치보다는 모델이 가지는 상징성 그리고 자동차를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마니아층에서 수집의 목적으로 구매, 가격 형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토요타 FJ 크루저와 쉐보레 SS 등도 년식 대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델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