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처럼 튀어나온 트렁크가 없는 대신 뒷유리창이 트렁크와 붙어 함께 열리는 디자인을 해치백이라고 한다. 디자인 자체가 경쾌하고 실용성이 좋아 주로 소형차에서 많이 선택하는 레이아웃이다. 그런데 일부 해치백 모델은 순해 보이는 겉모양과 달리 강력한 엔진을 담아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이들을 가리켜 뜨거운 해치백, 즉 ‘핫해치’라고 부른다.
현재 판매 중인 핫해치 모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모델은 바로 토요타 GR 코롤라다. 토요타는 레이싱을 전문으로 하는 가주(GAZOO) 레이싱이라는 부서를 설립하고, 이 부서의 이니셜을 딴 ‘GR’이라는 이름의 고성능 차를 선보이고 있다. 쿠페 라인으로 GR 수프라, GR 86이 있고 유럽에서 선보인 GR 야리스라는 소형 핫해치가 있다. 토요타가 야리스보단 조금 큰 사이즈를 지닌 코롤라 해치백을 기반으로 한 GR 코롤라를 만든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코롤라는 토요타 역사에서 고성능 차와 성능을 대결해온 가장 일반적인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GR 코롤라는 1973년 토요타에게 첫 WRC(월드랠리챔피언십) 우승을 안겨준 TE25 코롤라와 같은 전설적 모델의 DNA를 계승한다. GR 코롤라의 첫 인상은 분명 일반 코롤라 해치백과 차이가 있다. 조금 더 과격한 프런트 범퍼, 오버팬더, 18인치 휠, 커다란 날개 등을 달아 마치 일반 도로 위를 달리는 랠리카와 같은 느낌을 준다.
차체 곳곳에는 냉각을 고려한 설계가 더해졌고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해 트레드(윤거)를 늘렸다. 타이어는 고성능 퍼포먼스 브랜드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가 적용됐고 3개의 배기구를 갖춘 배기 시스템을 더했다. 여기에 알칸타라 재질 스포츠 버킷 시트, GR 전용 TFT LCD 정보창, 6단 수동 변속기 등을 통해 역동적 운전을 돕는다.
GR 코롤라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엔진에 있다. 후드 아래에 자리한 G16E-GTS 엔진은 GR 코롤라를 위한 전용 심장이다. 배기량 1.6리터 직렬 3기통 구조에 터보차저를 더해 약 300마력의 힘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보다 짜릿한 주행 감각을 위해 엔진 회전수 상승을 최대한 빠르게 이뤄지게 했다. 여기에 구동 방식은 토요타의 GR-FOUR 네 바퀴 굴림을 적용했다. 전자제어식 다판 클러치를 적용하고 전륜과 후륜에 차동제한장치를 달아 정교한 핸들링을 만들어낸다.
GR 코롤라는 출시 전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랠리 챔피언은 물론 다양한 레이싱 관련 인물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그만큼 혹독한 시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GR 코롤라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현재 GR 코롤라는 출시와 함께 핫해치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고성능과 스포츠 주행을 위한 다양한 장비 등을 갖추고도 $35,900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또 한 번 GR 코롤라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