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느낌 살려봐? 오늘 당장 살 수 있는 ‘복고풍’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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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지닌 자동차들의 홍수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모델들이 있다. 바로 옛 향수가 물씬 풍기는 복고풍 자동차. 문화 산업에서는 복고에 대해 ‘리메이크’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레트로(Retro)’라는 표현이 주를 이룬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레트로는 단지 물건을 다시 만든다는 의미보다 당시의 느낌을 살려낸다는 뜻에 가깝다. 마치 2016년에 만든 영화 <라라랜드>가 1930년대 헐리우드 느낌을 연출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자동차 시장에서 레트로는 2000년 초반부터 유행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에 오리지널 미니를 본떠 만든 신형 미니가 등장했고, 포드는 선더버드를 폭스바겐은 뉴 비틀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옛것’으로 향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레트로의 바람을 몰고 온 모델로는 지난 2000년 모습을 드러낸 크라이슬러 PT 쿠르저를 들 수 있다.

1930년대 풍 미국차를 닮은 크라이슬러 PT크루저. Photo=FCA news

이 차는 30년대 유행했던 마차 스타일 디자인을 지닌 자동차로, 개발 당시에 기름을 많이 먹고 큰 미니밴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조금 작은 미니밴’을 지향하며 제작에 들어갔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지금은 보통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PT 쿠르저 같은 자동차를 MPV(Multi-purpose Vehicle)라고 불렀다. 2005년에 등장했던 쉐보레 HHR 같은 경우도 1950년대 쉐비 패널 밴을 모티브로 탄생하기도. HHR은 PT 쿠르저 개발에 관여했던 밥 루츠가 GM으로 옮기면서 제품 개발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미국에서 레트로 열풍에 본격적인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후반 복고풍 머슬카의 등장부터다. 당시 경영 위기를 겪었던 GM은 어려운 회사 사정 속에서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 못한 신차를 개발한다. 바로 5세대 카마로다. 4세대 카마로가 2002년 단종된지 약 8년이 지난 2010년에 쉐보레는 신형 5세대 카마로를 판매한다.

2세대 카마로와 나란히 선 5세대 카마로. Photo=GM news

디자인은 60년대 후기 1세대 카마로를 무척이나 닮았고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것들에 염증을 느낀 이들에게 반가움을 줬다. 특히 영화 <트렌스포머>를 통해 ‘범블비’로 강하게 어필되면서 사실상 쉐보레를 포함 GM의 간판 스타가 된다. 포드 역시 2005년에 레트로 디자인을 머금은 5세대 머스탱을 출시했고, 2008년에 등장한 닷지 챌린저 역시 1세대 모델의 갱스터 같은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낸 레트로 디자인으로 갈아입었다.

한편 이 같은 복고풍 디자인을 지닌 자동차들 중, 지금 당장 딜러쉽에 가면 살 수 있는 모델들도 남아있다. 비록 포드 선더버드, 크라이슬러 PT 쿠르저나 쉐보레 HHR 같은 경우는 생산이 중단됐지만, 쉐보레 카마로, 포드 머스탱, 닷지 챌린저 등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신형 모델로 복고풍 철학을 이어간다. 미니 역시 오리지널 디자인을 최대한 지켜내면서 신 모델로 바뀌었다.

복고풍 느낌 물씬. 피아트 500 1957 에디션. Photo=FCA news

피아트 500 역시, 1957년 등장했던 그 앙증맞은 모습을 살린 신형 500이 지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팔리고 있다. 특히 1957년 초대 모델과 비슷한 느낌을 주도록 루프와 사이드미러 컬러, 복고풍 휠 등으로 꾸민 ‘1957 에디션’도 있었다. 현재 이 에디션은 신차로는 구하기 어렵고, 2018년형 500부터 투톤(루프와 사이드미러 컬러를 다르게) 컬러 옵션이 더해지면서 원한다면 1957 에디션 느낌을 낼 수 있다. 폭스바겐은 뉴 비틀 모델에 코스트 트림을 만들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코스트 옵션에는 레트로 스타일 휠을 더해 초대 비틀이 가졌던 복고풍 이미지를 키웠다.

복고풍 디자인의 휠을 달고 나온 뉴비틀. Photo=VW news

자동차 시장이 전기, 자율 주행차 등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지만 여전히 옛것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남아 있음이 반갑다. 앞으로 레트로 디자인이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을지는 모른다. 즐길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길 바란다.

항상 우리 곁에 친근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이 차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