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토반에서 이름을 높였던 핫해치(퍼포먼스가 뛰어난 해치백 자동차에 붙은 별명)의 원조인 폭스바겐 골프 GTI. 지금도 그 이름 석자는 당돌한 이미지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 모델들이 내놓은 쟁쟁한 핫해치들 속에서 그 존재가치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금 GTI의 명성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모델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폭스바겐은 지난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뵈르테제(WÖRTHERSEE) 페스티벌을 통해 GTI TCR 콘셉트를 공개했다. 이전에도 GTI는 여러 에디션이 있어 왔다. 주로 스타일링 튜닝이거나 양산을 염두하지 않은 콘셉트 모델에 중심이 있었다. 그러나 TCR 콘셉트는 다르다. 이 차는 실제 ‘TCR(글로벌 투어링카 레이스) 시리즈’를 뛰고 있는 GTI의 일반도로용 버전으로 해석해도 좋다.
레이싱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왔기에 우선 일반 GTI와 파워가 다르다. 2.0리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을 노멀 GTI가 가진 220마력에서 골프R 수준인 286마력으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 7단 듀얼 클러치 미션과 차동제한장치를 갖추고 최고시속은 155마일,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전자식 최고속 제한 제거 기능을 더하면 164마일까지 올라간다. 18인치 단조휠을 기본, 옵션으로 19인치까지 고를 수 있고 서스펜션은 전자식 감쇠력 조절 기능을 더한 댐퍼를 통해 운전자가 원하는 세가지 하체 세팅을 선택할 수 있다.
늘어난 파워에 어울리는 외관도 눈길을 끈다. GTI TCR 콘셉트에는 노멀 GTI와 달리 공격적인 범퍼 스타일이 적용됐다. 범퍼 인테이크 부분은 오히려 골프R보다 강인해보인다. 리어 범퍼 아래에는 레이싱타입 디퓨저를 적용해 역동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GTI TCR은 비록 콘셉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폭스바겐은 올해말 이 차의 양산을 언급하기도. 그 동안 다소 구겨진 GTI의 자존심이, TCR을 통해 매끈하게 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