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셋째주가 되면 뉴요커들은 짐을 챙겨서 자동차를 몰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대부분 섬머스쿨이나 대학에서 운영하는 섬머 프로그램이 8월둘째주에 끝나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8월 셋째 주에 여행을 떠나게 된다. 뉴욕 일원의 학교들은 대부분 노동절 이후에 개학을 한다. 8월 중순 이후에는 더위도 한풀 꺾이고, 관광지에 사람들도 줄어들고, 숙소 등 여행경비도 싸지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있는 가족여행으로는 최적기이다.
자동차를 몰고 4박 5일 정도 여행을 떠 난다면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두 가지이다. 북쪽으로는 코닝이나 핑거레익을 거쳐 나이아가라 폭포로 간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 캐나다 땅으로 넘어가서 QEW를 타고 토론토와 다우젠드 아일랜드(천섬)을 보고, 몬트리얼 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다. 뉴욕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차로 10시간이고, 몬트리얼 부터는 8시간이다. 이 코스는 한꺼번에 3가지 (미국, 영국계 캐나다, 프랑스계 캐나다)를 볼 수 있고, 가족여행에 적합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언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물론 국경의 면세점과 면세 유류를 파는 인디언 자치구에 들리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또 다른 코스로는 남쪽으로 떠나는 여행코스가 있다. 전체일정은 3박4일 혹은 4박5일이면 느긋하게 운전을 하며 다녀올 수 있는 적당한 코스이다. 코스는 뉴욕에서 출발하여 펜실베니아, 델라웨어, 워싱턴,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저지를 돌아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순환코스이다. 전체 운전거리는 1200마일 정도 된다. 길은 대부분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길치라고 해도 찾는데 큰 문제가 없다.
이상적인 3박4일의 여정은 뉴욕에서 이른 아침출발, 정오 경 워싱턴DC에 도착한다. 워싱턴이 처음이 아니라면 바로 백악관 관광에 나설 수 있다. 백악관 관광은 미리 자신의 지역구 연방 국회의원 사무실에 신청을 해서, 예약을 받아야 한다. 여름에는 입장권이 빨리 매진이 되니 3~6개월 전에는 연락을 하여야 한다. 그 밖에 모든 연방 박물관과 미술관 등은 모두 무료 입장이다. ‘미국 시민이 자기 나라의 수도에 가는데 입장료를 내는 것은 불가하다’는 원칙 때문이다. 물론 백악관도 입장료는 무료다.
워싱턴에서 1박을 하고 버지니아의 윌리암스 버그로 이동을 한다. 윌리암스 버그는 미국 최초의 영국계 이민자들이 건설한 타운으로 지금은 민속촌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는 잘 만들어진 정원과 총독관저 등을 구경한다. 오후에는 유럽 각국을 테마로 만든 부시가든에서 노는 것이 좋다. 독일관, 프랑스관, 이탈리아관 등지에서 고유의 음식을 먹고 현지 전통복장을 한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또한 각종 공연과 놀이기구를 탄다. 4D 영화와 빅배드울프를 타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다.
부시가든에서 30분 거리의 버지니아 비치에서 1박을 한다. 호텔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버지니아 비치의 일출은 특별하다. 4차선으로 바다 위에 건설된 20마일 길이의 체사피크 베이 앤 브릿지 (한국사람들에게는 ‘백리 다리’로 잘 알려져 있다.)를 건너면 버지니아의 시골길이 나온다. 가난한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담배농장들이 있는 버지니아 시골을 구경하며 운전을 하면, 메릴랜드의 루이스에 도착한다. 루이스에서는 뉴저지의 케입 메이로 건너가는 루이스 페리에 사람과 차를 태우고, 느긋하게 대서양과 델라웨어 베이를 구경할 수 있다. 단 이 페리는 미리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고 신분을 등록하여야 한다.
배가 뉴저지에 닿으면 그 곳이 바로 케입 메이다. 사람이 먼저 내리고 차는 모두 탑승을 한 상태에서 내린다. 인근에 저지 쇼어로 불리는 오션 시티와 아틀랜틱 시티가 있다. 이 바닷가 도시에서 1박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 좋은 호텔시설에 비하면 숙박요금도 저렴하고, 대서양으로 나가서 고래를 구경하는 웨일 워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 근처에는 좋은 해산물식당들이 많고, 체사피크의 명물은 블루 크랩이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것이 여행의 마지막을 즐기는 방법이다.
대학에 진학할 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중간에 1박 정도를 더 하면서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볼티모어에 들려서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견학하는 것이나 버지니아 비치 인근의 노폭 해군 기지에 들리는 것도 권장된다. 혹은 체사피크 브릿지 중간지점에서 바다 낚시를 하는 것이나 혹은 메릴랜드에서 게잡이를 하고 바로 바베큐로 구워먹기 등도 좋은 엑티비티다. 물론 워싱턴에서 박물관을 돌아보며 하루나 이틀을 더 보내거나 혹은 가는 길을 약간 돌아서 필라델피아 인근의 게티스버그에 들리는 것도 권장된다. 해외 여행이나 비행기 여행이 부담스러운 뉴요커들에게 (요즈음과 같이 기름값이 싼 시기에는) 운전을 하고 남쪽으로 떠나는 가족여행은 인기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