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데이비드 씨는 얼마 전 밤늦은 퇴근길 프리웨이에서 무척 찜찜한 경험을 했다. 1차선으로 달리는 그의 차 뒤로 정체불명의 차 한 대가 바짝 다가왔다. 룸미러로 본 검은색 세단. 정확히 무슨 차종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루엣은 경찰차 같았다. 심지어 외관 컬러도 검정 범퍼와 후드, 도어와 루프는 흰색. 게다가 범퍼 앞 철제 가드까지 달고 있으니 누가 봐도 경찰차다. 데이비드 씨는 딱히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슬슬 긴장됐다. 차량 간격이 더욱 좁아지자 그는 차선을 옮겨 뒤차를 먼저 보냈다. 길이 트이자 빠르게 달려가는 의문이 차량. 그런데 컬러와 차종은 경찰차가 맞는데 뭔가 이상하다. 지붕에 경광등도 없고 경찰 마크도 없다. 도대체 저 차량의 정체는 뭘까?
최근 경찰 및 관계 기관이 사용 후 노후 된 차량을 옥션을 통해 매각, 이를 구매한 오너들이 일반 승용차로 타고 다니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경찰을 상징하는 파츠나 주요 특정 컬러 등을 지우고 사용해야 함에도 일반적으로 구매한 당시의 모습 그대로 타고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찰용 자동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에 있다. 미국 경찰차 전문 옥션 사이트인 퍼블릭 서플러스(www.publicsurplus.com)에 들어가 보면 실시간으로 경매 중인 다양한 경찰차 매물을 주별로 확인할 수 있다. 주로 2000년 초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모델이 주를 이루고, 쉐보레 타호 또는 임팔라 같은 모델도 있다. 크라운 빅토리아의 경우 동력 계통에 이상이 있는 모델은 200달러 선, 곧바로 운전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의 경우 900달러 선을 예상하면 좋다. 8기통 대형 세단을 1천 달러 아래로 살 수 있다니. 이런 매력이 중고차를 사려는 이들을 경찰차 옥션으로 이끈다.
그다음으로 완벽한 서류와 믿을 수 있는 이력이다. 대부분 일반인이 참가하는 오픈 경매의 경우에 매각 자동차의 이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매각용 경찰차의 경우는 항상 완벽한 서류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해당 연도의 같은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경찰차에는 훨씬 더 강한 서스펜션과 하체가 적용된다. 여기에 모델과 업무에 따라 튠업이 된 엔진과 변속기 장치들이 달려있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경찰차의 엔진 내구성을 50만 마일로 본다.
그런데 이런 자동차들이 공도를 다닐 때 적지 않게 일반 운전자에게 착오를 일으키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매각 경찰차를 사들여 커뮤니티 시큐리티 용으로 사용할 때에는 정말 분간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지붕에 경찰용 경광등이 없거나 특별히 지역 또는 기관을 상징하는 배지나 표시가 없는 경우에 매각용 경찰차로 볼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사복 경찰이나 요원들이 타는 모델의 경우는 경광등이 차 안에 달려있어 밖에서 확인할 수 없고, 이들 자동차에도 특별한 배지 스티커 등은 붙어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옥션에서 사들인 경찰차와 진짜 경찰 업무차를 구분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번호판을 확인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차량 등록국(DMV)은 연방 정부, 주기관, 시티나 카운티 등으로부터 소유 또는 리스 된 차량의 경우 해마다 갱신하는 년도 스티커 대신 ‘EXEMPT’ 번호판을 발행한다. 따라서 경찰차의 외관을 지닌 모델 번호판 상단에 월과 년도 스티커 대신 ‘CA EXEMPT’라고 쓰여 있다면 정부 기관 또는 경찰서 소속 차량이 맞다. 그러나 외관이 경찰차와 비슷한데 번호판이 일반 자동차와 같다면 일단 정부 또는 경찰 소속 기관 차량이 아니라고 볼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정말 죄지은 것이 없더라도 경찰차를 보면 가슴이 떨리고 긴장이 된다. 아마 운전 경험이 부족하거나, 최근 티켓 또는 경찰에게 단속을 당한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최근엔 이 같은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더욱 걱정이 앞선다. 미주리주에서는 25살 청년이 경찰차처럼 자신의 자동차를 튜닝해다니가 체포되기도 했다. 혹시라도 도로에서 무섭게 다가오는 경찰차를 보거든, 일단 번호판을 확인해보자. 그러나 옥션에서 구매한 경찰차라 할지라도 안심하기보다는 더 조심하고 안전운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