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브랜드마다 고성능 모델에 대한 집착이 있다. 빠른 차는 곧 그 브랜드가 가진 능력이자 철학이며 하나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포드가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여 페라리를 꺾고자 만든 GT40와 같은 차는 지금도 포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전설로 남는다.
쉐보레 역시 자사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고성능 브랜드 콜벳의 신형(C8)을 공개하면서 이전과 다른 시도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것은 바로 미드십이다. 엔진이 앞에 달려 뒷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닌 엔진이 차체 중앙에 자리하며 뒷바퀴를 굴린다. 무게 배분에 있어서 이상적인 숫자를 만들어내며 몸놀림과 디자인에서도 한 차원 다른 세계를 연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와 같은 수퍼카들이 대부분 미드십 구조를 택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차 역시 고성능 브랜드 N에 대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다. N은 유럽 시장에 i30 N 해치백과 패스트백 모델이 선보였으며 미국과 한국 등에는 벨로스터 N 모델이 가치를 뽐낸다. N은 BMW M 출신 알버트 비어만(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의 주도하에 한국의 남양연구소와 독일 등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최상의 주행 조건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N이 적용된 모델들 대부분은 앞바퀴 굴림 해치백이 주를 이룬다. 고성능 대열에 합류하기에는 구조 자체가 버겁다.
하지만 현대는 남모르게 미드십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이라는 이름으로 RM14부터 시작, 15, 16 등의 모델을 공개하며 미드십 대열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가장 양산에 가까운 미드쉽이라고 평가받은 RM19은 현대차에 있어서 고성능 군단에 진입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2019 LA 오토쇼를 통해 미국에 첫선을 보인 RM19은 겉으로 보기에 벨로스터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보디에 사용된 일부 부품이 같을 뿐 결과적으로는 아예 다른 자동차다.
RM19은 엔진을 중앙에 배치한 미드쉽 구조로 고성능 TCR 경주 차량에 달린 390마력 2.0 터보 엔진을 얹는다. 현대차는 2019 LA 오토쇼가 개최되는 기간에 글로벌 기자단 시승을 통해 RM19의 시승회를 펼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씨티에 자리한 현대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열린 시승회에는 유럽과 북미에서 온 약 40여 명의 기자단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RM19을 체험하며 무척 잘 만들어진 머신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미드십 엔진 구조에도 불구하고 운전 조작이 쉬워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미드십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현대차는 RM19을 통해 미드십 스포츠카에 바짝 다가선 느낌을 준다. 최근 현대는 전기 하이퍼카 리막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며 빠른 차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RM19은 현대차의 그 같은 계획이 결코 허투루 볼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현대가 만든 미드십 수퍼카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과 어깨를 겨룰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