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넓다.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로스앤젤레스까지는 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3일이 걸리고, 비행기로도 5시간 이상이 걸린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도시는 천사의 도시인 로스엔젤레스이다. 이 도시는 미국 내 최대 한인 거주지이며, 태평양 연안 최대의 도시다. 또한 시 주변을 포함하면 미국 내 최대 광역권 가운데 한 곳이다. 반면에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는 뉴욕이다. 인구 800만의 뉴욕시를 비롯한 트라이스테이트 지역은 미국의 부와 문화의 상징이다.
로스엔젤레스가 태평양의 도시라면, 뉴욕은 대서양의 도시다. 특히 뉴욕시는 대서양의 끝자락에 위치한 섬이다. 대도시라는 점에서 또 바닷가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두 도시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필자는 뉴욕에서만 33년을 살았다. 20대에 유학생으로 도미를 해서 이제 60대가 되었다. 그동안 항상 뉴욕시에서만 살았고 뉴욕은 홈타운이 되었다. 서울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뉴욕에서 보냈다. 그동안 5년에 한번 정도씩 천사의 도시에 사는 친척들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했다.
필자의 친지들이 필자를 대접하기 위해 데리고 간 곳은 나무 망치질로 유명한 ‘레돈도 비치’나 프로미나드에 사람이 몰리는 ‘산타 모티카’ 혹은 명품 샤핑가인 ‘베버리 힐즈’ 등이다. 그러나 뉴요커의 입장에서 이런 곳은 그리 반갑지 않다. 모양은 다르지만, 뉴욕에도 비슷한 음식을 파는 ‘시티 아일랜드’나 비슷한 모습의 ‘코니 아일랜드’ 그리고 ‘5번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들은 솔직히 비싸기만 하고, 영양가는 없었다.
또한 LA에는 대단히 훌륭한 박물관이나 공연장, 혹은 다운 타운의 빌딩 등이 있지만, 뉴요커에게 특별하게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도 뉴요커들이 쉽게 갈 수 있는 플로리다의 그것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LA를 방문한 뉴요커 입장에서 먼저 찾게되는 관광상품은 아니다. 뉴요커들이 느끼는 LA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르다.
그러나 LA에는 뉴욕이 흉내낼 수 없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다. 뉴요커의 입장에서 LA에서 즐길 수 있는 (뉴욕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다섯가지를 찾아 보았다.
1) 그리피스 천문대: 뉴욕시에는 산이 없다. 특히 맨해튼은 늪지를 간척해서 만든 섬이다. 높은 곳이라고는 마천루 빌딩의 전망대가 유일하다. 로스엔젤레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은 태평양과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그리피스 천문대 일 것이다. 할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고, 시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 트레킹을 하는 것도 뉴욕에서는 해 볼 수 없는 매력이다. 올라가는 길에 야생 여우를 만난다면 놀라움은 배가 된다.
2) 태평양의 서퍼들: 태평양의 바다는 대서양보다 더 남성적이다. 특히 뉴욕시 인근의 바다는 만으로 둘러 쌓여 있고, 파도도 얌전해서 서핑을 하기에는 적당치 못하다. 뉴욕의 바닷가에서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끼기 보다는 지긋이 나이 든 사람들의 여유와 세련됨을 만나는 곳이다. 역동성이 넘치는 캘리포니아 젊은이들의 서핑하는 모습은 태평양과 대서양의 차이를 보여준다.
3)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 아카데미상을 주는 돌비 디어터와 전통의 차이니스 디어터 앞길에서 만나는 셀레브리티들의 이름과 발자국 등은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의 이름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흥분된다. 텔레비젼의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에서 보던 바로 그 모습을 직접 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의 상징으로 뉴욕에는 없는 LA시의 최고의 관광명소다.
4) 코리아 타운: 뉴욕의 코리아 타운은 실질적으로 32번가의 골목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 길에서도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린다. 열댓개의 음식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지화가 되어서 한국의 고유의 맛이 변형된 느낌이다. 반면에 LA의 코리아 타운은 그 규모에서도 또 문화적 배경에서도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과 전통적인 한국음식은 기대 이상이다.
5) 게티 빌라: 미국의 거부들의 기부를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인 석유재벌 개티가 지은 말리부 비치와 태평양을 한 눈에 내려다 보는 이 집은 단연코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정원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낸다. 무조건 돈으로 모은 것들이 아니라, 과거에 바탕을 두고 새로 창조된 곳이라는 것도 유물의 원산지인 유럽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미국 서부의 정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