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SUV 시장에서 도드라진다. 쉐보레는 이미 70년대 이름을 떨친 SUV 모델인 블레이저를 부활시켰다. GM과 쉐보레에 블레이저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 모델로 기억된다. 1969년 블레이저는 풀 사이즈 2도어 모델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73년 2세대 모델로 바뀌면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선보이며 GM의 SUV 판매를 이끌었다. 마지막 3세대 모델은 1992년 등장했고 당시 새로운 픽업트럭 플랫폼 위에 만들어졌다. 블레이저는 쉐보레 타호와 GMC 유콘이라는 이름으로 파생되며 생명을 이어갔지만, 블레이저라는 이름은 단종의 비운을 겪는다.
2019년 쉐보레가 다시 블레이저를 부활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신형 블레이저는 미드 사이즈로 과거 블레이저가 만든 무겁고 둔한 SUV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고 활기차며 날쌘 모델로 탈바꿈했다. 카마로의 SUV 버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타일에서도 이전 모델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블레이저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마케팅 전문가들은 당시의 향수를 느끼고자 지갑을 여는 세대들을 위함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있다.
포드 역시 브롱코의 부활을 준비 중에 있다. 이미 많은 티저 이미지와 스파이샷을 통해 브롱코의 존재는 확인됐다. 출시는 2020년으로 예상한다. 브롱코는 1960년대 후반부터 90년 초반까지 포드의 아이코닉으로 불린 SUV다. 유럽에 미니가 있다면 미국엔 브롱코가 있을 정도로 현재 미국 중장년층의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자동차다. 포드가 브롱코를 부활시키겠다고 했을 때 당시를 기억하는 미국인이 기대를 모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초대 브롱코는 콤팩트 사이즈로 출시 됐지만 이후로 미드, 풀 사이즈로 다양한 모델이 나왔다. 브롱코는 5세대 모델까지 진화하며 1996년 단종됐다. 전형적인 박스형 디자인과 미국식 단순함이 매력이 브롱코는 지금도 1세대 복구 모델의 경우 고가에 거래되는 귀한 몸이 됐다.
포드의 2020 신형 브롱코는 박스형 디자인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브롱코의 아이콘적인 디자인 디테일은 대부분 지켜질 것으로 보이며 신형 머스탱으로 복고 기술을 보인 포드는 브롱코의 아이덴티티를 가능하면 지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파워트레인이나 안전장치 등은 최신 기술을 접목해 반전을 노린다.
최근 GMC는 지미(JIMMY)를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GMC는 오는 2022년 새로운 지미를 공개할 예정이며 짚 랭글러와 같은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SUV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세대 지미는 쉐보레 블레이저의 형제 모델로 트럭 브랜드 GMC가 SUV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22 지미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차체를 높이고 기타 성능을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UV를 통해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GMC 지미는 보다 터프하고 강력한 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미는 80년대와 90년 초반까지 인기를 끌다 경쟁력 부족으로 단종의 비운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약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미를 다시 꺼내려는 이유는 픽업트럭 씨에라 외 마땅한 경쟁력 갖춘 모델이 없는 GMC가 블레이저, 브롱코 등의 부활에 따라 복고에 향수를 느끼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언급한다.
가까운 시점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70년대 아이돌 SUV의 컴백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당시 모델에 추억이 없는 젊은 소비자나 당시 모델에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공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쉐보레 카마로, 포드 머스탱, 닷지 챌린저와 같은 머슬카의 귀환과 더불어 70년대 SUV의 현대적 해석은 재미있는 경쟁 구도를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