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를 수놓은 붉은 지붕, 두브로브닉(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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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블루 바다와 대비를 이루는 붉은 지붕들이 견고한 성벽에 폭 안겨있다. [US아주투어 제공]
코발트블루 바다와 대비를 이루는 붉은 지붕들이 견고한 성벽에 폭 안겨있다. [US아주투어 제공]

‘도시평온지수’라는 게 있다. 영국의 머니슈퍼마켓이 대기오염, 빛 공해, 소음 공해, 교통 혼잡도, 평균 일조시간, 주민 행복도 및 주민 친절도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온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Dubrovnik)이 있다. 두브로브닉은 V자 형으로 생긴 크로아티아 땅덩어리의 맨 아랫부분에 자리한 도시다. 애칭은 ‘아드리아해의 진주’이고 1979년 구시가지 전체와 성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크로아티아 최대 관광지다.

두브로브닉 구시가지는 해안절벽을 따라 높이 82피트, 총 길이 약 6300피트의 두꺼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길목에 위치한 두브로브닉은 베네치아, 오스만투르크,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아름다운 도시를 성벽으로 두르고 거대한 요새를 만들어야 했다. 1991년에는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연방군이 폭격을 퍼부어 건물 지붕의 70%가 파괴됐다. 이때 프랑스 학술원 회장 장 도르메송 등 유럽 지성인들이 폭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인간사슬’을 시도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후 시민들의 열성적인 복구로 두브로브닉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브로브닉 관광의 명장면을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코 성벽투어다. 푸르른 아드리아해와 해안 절벽을 따라 웅장하게 솟은 성벽,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빨간 타일 지붕이 일렁이는 모습은 두브로브닉을 크로아티아 대표 여행지로 만들어줬다. 시간을 품은 중세 유적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아드리아해의 깊은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총 5개의 요새와 16개의 탑으로 구성된 성벽 안은 자동차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14세기에 지어진 두 수도원 중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은 서쪽 입구를, 도미니쿠스 수도원는 동쪽 통로를 맡고 있다. 성내 동서를 잇는 도로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13세기 운하를 메우기 전까지만 해도 배들이 지나가던 해협이었다. 이후 돌로 메워 길을 만들었는데 당시 자재를 조달 받기 위해 통행세로 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자왕 리처드가 지었다는 두브로브닉 대성당을 비롯해 군돌리치 광장, 수호성인인 성 블라호에게 봉헌된 성 블라호 성당, 오노프리오 분수, 열주 기둥과 인물상들이 인상적인 렉터 궁전 그리고 프란체스코 수도원과 시 상징 종탑 등이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성벽 밖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 전망대에 올라 두브로브닉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보통 성벽투어와 구시가지를 다 둘러본 후 들르는 코스인데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의 풍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크로아티아에 품는 환상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냉소적인 독설가로 유명했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마저 두브로브닉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찬했다.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닉으로 가라’고.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