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뉴욕은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뉴요커들을 위한 공연이 시작된다. 세계적인 오페라,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르드웨이의 새로운 쑈들이 일제히 문을 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닌 미국 국내 여행이라면 가을이 가장 좋은 여행시즌이다. 이 시즌에는 가격도 싸고 사람도 너무 많지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고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초대형 무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를 즐기는 것은 뉴욕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험이다.
뉴욕에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 가운데 하나인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단이 (이하 ‘메트’) 있다. 런던의 로열오페라와 밀라노의 라스칼라와 함께 세게 3대 오페라단으로 꼽힌다. 메트는 주인공급 전속단원이 100명이 넘고, 일주일에 8개의 서로 다른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극장이다. 최첨단 무대를 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링컨센터는 3개의 극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에 있는 극장이 시립발레단의 건물이고 오른쪽의 건물은 뉴욕 필 하모닉의 전용 건물이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메트의 전용극장이다. 2층 로비에는 샤갈의 대형 그림들이 장식하고 있고, 극장 내에는 티파니가 만든 멋진 등이 비취고 있다.
이 무대에 서는 것은 전세계 음악인들의 꿈이다. 국적을 따지지 않는 유일한 오페라단으로 주인공 급의 80%는 외국국적자일만큼 오로지 실력만으로 경쟁하는 꿈의 무대다. 당연히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이 몰린다. 한국인으로는 소프라노 홍혜경이 유일한 주인공급 정규단원이었다. 한국에서 조수미나 신영옥 같은 유명한 성악가들은 대부분 객원으로 한두번씩 이 무대에 섰다. 요즈음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테너 김우경이 주인공급으로 자주 이 무대에 선다. 또 오페라 합창단에서 기회를 노리는 실력 있는 한국인 성악가들도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길드의 회원이 된다. 입장권을 일년에 6~8장을 패키지로 묶어서 사고 매번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정규가격에서 25% 정도 할인을 받는다. 사실 영화에 멋지게 나오는 좌우편의 박스석은 그 가격이 더 싸다. 같은 프로그램을 산 옆좌석 사람과는 일년 내내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실험적인 오페라들도 억지로 공연에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1년치 표를 샀기 때문에 오페라를 볼 기분이 아니어도 숙제를 하듯 갈 때도 있다. 물론 사정이 있다면 표를 다른 공연으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정좌석에는 앉을 수 없고 보통 좋지 않은 (더 싼) 좌석에 배정이 된다.
최근에는 회원권 대신에 보고 싶은 공연의 싸게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공연 당일에 제공되는 러쉬티켓을 구입한다. 러쉬티켓은 당일날 표를 공연시작 4시간 전에 인터넷으로 선착순으로 25달러에 파는 제도다. 러쉬티켓을 구입하기 위한 사이트는 아래의 링크다. 물론 인터넷 회원 가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도 회원 가입만 하면 언제든지 지원이 가능하다.
12시부터 시작되는 세일에 선착순으로 당첨이 되면, 당첨 이메일을 받게 된다. 그 자리에서 신용카드로 바로 결제를 해야 한다. 표는 극장에서 공연 30분 전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픽업하면 된다. 다른 티켓오피스같이 수수료 등이 일절 없기 때문에 2장을 사면 무조건 50달러로 끝이다. 단 한 사람에게 당첨은 일주일에 한번만 당첨이 가능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당첨된 티켓은 싼 자리가 아니라, 정규가격이 100~400달러인 오케스트라 석을 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러쉬티켓은 남은 자리를 싸게 떨이를 하는 제도가 아니다. 이 티켓은 뉴욕의 오페라를 사랑하는 부호들이 만들어 놓은 기금에서 가난한 오페라 러버들을 위해 25달러와 정상요금의 차액을 지불해준다. 보통 당첨이 되면 오케스트라 사이드석을 주기 때문에, 장당 80~120 달러 정도의 차액이 생긴다. 이 요금을 대신 내주는 것이 바로 러쉬 25제도이다. 2006년 아그네스 바리스 박사와 그녀의 남편인 칼 라이트만이 처음 기금을 내면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많은 뉴욕의 부자들이 이 기금에 기부금을 낸다. 따라서 메트오페라측에서는 단 한 푼도 손해볼 것이 없다. 국가가 세금으로 억지로 뜯어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문화단체에 돈을 주는 사회주의적 방법보다는 훨씬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미국의 기부제도다.
또한 주말의 경우, 튼튼한 다리가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탠딩석의 표를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탠딩석이란 죄석이 없이 1층의 오케스트라 색션이나 혹은 4층의 페밀리 색션의 맨 뒤에 서서 보는 것이다. 이 티켓의 가격은 25달러 정도이지만, 숫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빨리 서둘어야 한다. 가끔 비는 자리가 있다면 자리에 앉아 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공연 내내 서서 오페라를 감상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고생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이런 표를 파는 제도는 가난한 음악도들을 위해 만들어진 오래된 오페라 극장들의 전통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인기있는 공연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표를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토요일 공연의 경우 (메트는 일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빠른 손가락의 움직임과 인터넷 접속은 필수다. 이 제도는 과거에는 추첨이었는데, 요즈음은 선착순으로 바뀌었다. 뉴욕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수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뉴욕 필 하노믹 오케스트라에도 비슷한 헤택이 있고, 브로드웨이 쑈들도 당일 혹은 익일의 입장권을 30~40달러에 살 수 있는 롯또의 기회도 있다.
러쉬 25 사이트 링크: https://www.metopera.org/season/tickets/rush-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