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신비로운 산책로…플리트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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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이 사는 숲을 몰래 거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US아주투어 제공]
요정들이 사는 숲을 몰래 거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US아주투어 제공]

최근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과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제주와 플리트비체는 경관적.지질학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곳으로, 이번 자매결연 체결로 양 지역 간 세계유산지구의 효율적 관리 운영을 위한 활발한 국제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플리트비체는 16~17세기에 이르러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 문제로 인해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접근이 너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후 1951년 지형 침식의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플리트비체는 자연 스스로 오랜 세월 빚어낸 ‘마스터피스’다. 3만 ha 규모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깊게 팬 골짝을 따라 호수 16곳이 층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호수와 호수 사이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폭포도 무려 92개나 된다. 울창한 숲 사이로 저마다 신비로운 색깔을 뽐내며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들과 천사의 머릿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들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요정들이 사는 판타지 속 세상을 연상시킨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곳을 보고 아바타의 숲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바닥까지 투명한 호수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송어 떼와 열심히 발길질하는 청둥오리 무리가 시선을 사로잡고 눈을 들면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그 비경만큼이나 생물의 다양성 또한 오롯이 보존돼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불곰, 늑대, 오소리, 여우 등 50여 포유동물과 120가지 이상의 조류, 300여 종의 나비, 20여 종의 박쥐, 1200여 종의 희귀식물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산다고 한다.

플리트비체의 트래킹 코스는 2~3시간이 소요되는 A코스에서부터 6~8시간이 소요되는 K코스까지 총 11개 경로로 되어 있다. 폭포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이 정반대 지점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대개는 코츠약 호수 선착장에서 전기 모터로 가는 환경친화적인 유람선을 이용해 20분 남짓 산속으로 들어가 본격 트래킹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고요하며 깨끗한 플리트비체는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혹여 걷는 것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플리트비체의 신비로운 산책로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발길을 내딛게 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