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친구들과 함께 LA 인근 빅베어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난 A군. 그런데 즐거운 여행길이 불행길이 될뻔한 큰 사고를 겪을 뻔했다. 눈이 많이 내린 지역이지만 도로 통제도 없었고 자주 다닌 코스라서 마음도 놓고 운전한 A군. 급하게 오른 경사를 지나 내리막 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갑자기 차가 자세를 잃고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뒤따르는 차가 없었고 이내 다시 자세를 잡아 안전한 갓길에 차를 멈췄다.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큰 한숨을 쉰 A군과 친구들. 도대체 그 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군이 위험천만하게 지나간 코스에는 바로 ‘블랙 아이스(black ice)’가 있었다. ‘조용한 암살자’라 불리며 겨울철 대형 교통사고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블랙 아이스. 이것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위험한 것일까? 블랙 아이스란 아스팔트 도로 위에 얇게 형성된 얼음막을 일컫는 표현이다. 도로 위에는 항상 오일이나 먼지와 같은 오염 물질이 가득하다. 특히 기온이 낮은 때에 비와 눈이 오게 되면 오염물질이 얼면서 도로 위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그런데 두께가 얇아 아스팔트 바닥의 검은색이 그대로 노출되면서도 운전자들은 이 얼음막의 존재를 맨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상황에 이른다.
블랙 아이스는 특히 산기슭에 난 도로 또는 터널의 시작과 끝 구간, 교량이나 그늘진 도로 코너 안쪽 등에 자주 생긴다. 특히 블랙 아이스의 형성 속도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는 눈길이나 눈에 보이는 빙판길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한다. 사고 비율의 경우 일반 눈길의 6배에 이를 정도로 블랙 아이스는 도로 위 저승사자와 같이 무서운 존재다. 실제 미국 내 대형 교통사고 케이스를 봐도 블랙 아이스로 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대형 사고만 블랙 아이스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도심에서도 그늘진 건물 근처나 교량 아래 등에 블랙 아이스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애플 밸리에서 일어난 스포츠카와 픽업트럭 충돌 사망 사건 역시 이 블랙 아이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블랙 아이스에 대비한 안전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갑자기 생겨난 블랙 아이스를 막기란 힘이 든다. 하지만 몇 가지 안전 운전을 위한 팁은 있다. 겨울철 눈이나 비가 내리는 지역을 지날 때 터널 입구나 출구 그리고 코너 등을 돌아나갈 때는 반드시 헤드램프를 켜는 것이 좋다. 헤드램프에 비친 블랙 아이스는 반짝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만약 블랙 아이스로 인해 차가 미끄러지거나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지 말고 한번 여러 번 나누어 밟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 다양한 스마트 안전장치를 갖춘 자동차의 경우는 타이어에서 일어나는 슬립 등을 감지해 제동 장치를 제어하기도 한다. 차를 선택할 때 이 같은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블랙 아이스로부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바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다.
날씨가 따뜻하기로 소문난 캘리포니아에는 최근 이상 기온으로 인해 유난히 눈 내리는 지역이 많다. 산간 지방이나 고지대의 경우는 많은 눈으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으며 눈이 그친 후에도 블랙 아이스가 남아 있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지역에 스키장 등이 자리한 이유로 많은 운전자가 찾는 만큼,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블랙 아이스를 대비한 안전 운전과 지식을 항상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