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마니아들이 슈퍼카에 열광하는 주된 이유는 디자인과 성능이 아닐까 싶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슈퍼카들은 낮고 넓게 깔린 디자인과 함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엔진음과 터프한 배기음, 그리고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따르는 코너링 성능 등을 지녔다. 이런 장점이 가능한 이유는 슈퍼카들이 지닌 설계에 있다.
안정적인 주행성에 있어서 엔진 위치와 굴림방식은 큰 영향을 미친다. 엔진을 앞에 두고 앞바퀴를 굴리는 경우(FWD)는 앞부분에 쏠린 무게 때문에 다이내믹한 주행 시 코너에서 단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엔진을 앞에 두고 뒷바퀴를 굴리는 경우(RWD)는 GT카와 같은 스포츠카에서 주로 사용하는 설계지만 아무래도 무게 배분이 아주 완벽하다고는 하기 힘들다. 이런 굴림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미드십(MR)’이다.
미드십은 엔진을 앞뒤 차축 중간에 놓고 뒷바퀴 또는 네 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뜻한다. 운전석 뒤에 엔진이 자리하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미드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엔진이 앞에 있지만, 최대한 운전석 가까이 자리한 것을 프런트 미드십이라고 부른다.
미드십의 장점은 무거운 엔진이 차체 중앙에 자리하기 무게 배분이 좋다. 여기에 코너의 공력, 한계 상황 대처 능력, 재가속 성능도 탁월해진다. 레이싱의 정상이라고 하는 F1 레이싱카들 역시 미드십 구조를 지닌다. 여기에 엔진 위치에 따른 디자인의 자유도도 좋다. 엔진이 뒤에 있기 때문에 프런트를 더욱더 낮고 날렵하게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슈퍼카들이 낮고 웅크린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굴림 방식 덕분이다.
슈퍼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미드십 자동차들은 대체로 비싼 가격을 지닌다. 기본 10만 달러가 넘는 모델이 많고 대부분 럭셔리 브랜드에서 제작을 한다. 이 때문에 일반 브랜드에서는 미드십 스포츠카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쉐보레에서 나온 신형 콜벳은 미드십 구조를 지녔음에도 $59,900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눈길을 끈다.
콜벳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모델로 8세대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7세대까지 뒷바퀴 굴림 방식을 고집하다가 신형 8세대로 오면서 미드십 설계를 거쳤고 덕분에 슈퍼카와 같은 외관 디자인을 갖췄다. 현재 콜벳은 미드십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끌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한편, 알파 로메오의 4C, 로터스 에보라 역시 콜벳과 더불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탈 수 있는 미드십 스포츠카로 통한다.
안정된 무게 배분과 놀라울 정도로 빠른 몸놀림. 특히 코너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라인으로 차가 움직여주는 성능은 미드십이 주는 최고의 장점이다.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 지금까지 와는 다른 운전의 재미를 누리고자 한다면 미드십 스포츠카를 꼭 한번 손에 넣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