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세차장을 찾은 C 군은 맞은편에서 고압 세차기를 통해 엔진룸에 직접 물을 뿌리는 사람을 봤다. “전자기기와 오일류 등이 가득한 엔진룸에 물을 뿌린다?” 이 장면을 본 C 군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C 군도 자기 차의 보닛을 열고 손도 못 댈 정도로 더러워진 엔진룸을 보는 순간 시원하게 세차기로 물을 뿌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정말 엔진룸에 물을 뿌려도 될까?
자동차 엔진 내 주요 부품들은 어느 정도 방수 기능을 가지고 있고, 엔진룸 자체가 밀폐된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물을 뿌린다고 해서 침수 피해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폭우가 내릴 때 어느 정도 물기가 엔진룸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고 깊은 물웅덩이를 지날 때에도 하부를 통해 물기가 엔진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자동차 엔진과 관련된 중요 부품은 커버가 있으며 방수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각종 전기 단자나 코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이나 전선을 감싸고 있는 피복 등이 갈라져 있는 경우에 직접 물이 닿는다면 아무래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엔진룸은 왜 청소를 해야 하는가? 자동차 엔진룸은 지속해서 외부 오염물질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특히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한 장치 주변으로는 필터에 걸린 여러 물질이 엔진룸 안에 남아있을 수 있다. 또한 오일을 주고받아 움직이는 장치의 경우는 미세하게 벌어진 틈 사이로 오일이 새어 호스나 나사 주변으로 오염물질이 쌓일 수 있고 이것이 곧 장치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들 부품 일부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오염물질을 닦아내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엔진룸에 직접 물을 쏘아 청소하는 것은 자동차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굳이 자동차 엔진룸에 물세차를 할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을 강조한다. 첫째 절대로 고압 세차기를 그대로 엔진룸에 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차장마다 고압수의 세기가 다르지만 보통 100바(bar) 이상의 고압수를 엔진룸에 직접 발사하게 되면 연결 부위가 약한 플라스틱 부품의 경우 파손되거나 기타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물세차 전 반드시 배터리 단자 또는 퓨즈 박스, 기타 풀리 등 주요한 부품 외부에는 비닐 같은 것을 씌워 한번 더 방수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엔진룸 내부에 각종 찌든 때나 먼지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전용 클리너를 통해 구석구석 꼭 필요한 부분만 진공청소기 또는 직접 손으로 닦아내는 것이 좋다. 엔진룸 내부에 청소가 필요한 부분은 공기 흡입구 부분, 엔진 주변 오일 오염, 배터리 단자 주변, 에어필터 등이며 이를 집중적으로 청소해주면 좋다. 또한 퓨즈 박스 커버를 열고 내부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엔진 커버를 열고 그 안에 찌든 때를 닦아내는 것도 잊지 말자.
엔진룸 청소는 자동차 세차 고수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만큼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이다. 자동차의 심장과 같은 엔진과 그 주변 부품들은 항상 쾌적한 상태일 때 최고의 성능을 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엔진룸 내 오염물질을 청소하는 것은 자동차를 항상 젊게 유지하는 최고의 비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