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가운데 우리가 처음 접하는 자동차 기술이 사실은 전투기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응용해서 적용시킨 사례들이 적지 않다. 먼저 계기판 상단 앞 유리창에 속도와 네비게이션 등을 비춰 정보를 전달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이하 HUD)를 살펴보자. HUD는 대표적인 항공기 기술 중 하나로 별도의 창을 통해 파일럿에게 항공기 운항 정보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준다. 이를 통해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비상 상황에서 빠른 판단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다.
자동차에 들어온 HUD는 GM이 1988년 올즈모빌 커틀라스에 최초로 사용했다. 최초의 자동차용 컬러 HUD는 역시 GM으로 1998년 쉐보레 콜벳(C5) 모델에 이를 선보였다. 이후로 HUD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거쳐, 야간 투시 기능을 갖춘 나이트비전 등과 결합된 형태까지 발전해왔다. HUD가 담고 있는 기능 역시 속도와 타코미터를 넘어 네비게이션과 차량 내 다양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최신형 스텔스기 F35에 적용된 DAS(분산개구 적외선 시스템)라는 기술은 동체에 달린 6개의 카메라를 통해 파일럿이 360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화력 통제와 함께 전투기로 접근하는 미사일의 사전 경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덕분에 파일럿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비행기가 진행하는 실제 방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종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동체가 보이는 것이 아닌 비행하고 있는 실제 방향의 동체 아랫부분, 즉 땅 또는 구름이 보이는 것이다.
랜드로버 역시 이 같은 기술과 같은 투명한 보닛을 만들어냈다. ‘Transparent Bonnet’이라고 이름 붙은 이 시스템은 운전석에 앉아 앞유리창 넘어 자동차 엔진 아래에서 일어나는 실제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랜드로버는 험로 주행시 운전자가 실제 어떤 길을 달리고 있는지, 차량 상태가 도로 조건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를 연출된 영상이 아닌, 실제 모습 그대로 투시하듯 볼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금은 너무나 흔한 기술로 여겨지는 ‘잠김방지제동장치’인 ABS와 윈도우 와이퍼 등도 따져보면 항공기 기술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첨단 항공 기술이 자동차에 선보일까? 007영화에등장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텔스 자동차도 곧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