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변속기가 귀해진 요즘. 그래도 자동차의 참맛을 느끼려면 수동변속기를 타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흔히 ‘남자는 수동’이라는 재미난 표현은 자동차의 원초적 본능을 끌어내기 위해 수동변속기가 그만큼 존재감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수동변속기는 사실상 운전자의 모든 개입을 허용한다. 무리하게 분당 엔진회전수(이하 rpm)를 올려도 강제로 변속시키지 않으며, 차를 움직일 수 없을 만큼 rpm이 내려갈 때 클러치를 밟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수동변속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면 차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있다. 그래서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수동변속기를 잘 다루는 여러 기술이 있지만 그 중에서 ‘레브 매칭(Rev. matching)’을 특히 알아두면 좋다. 레브 매칭은 기어를 내릴 때 rpm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는 구동축의 속도에 맞춰 인위적으로 rpm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rpm을 뜻하는 ‘rev’와 맞춰준다는 의미로 ‘matching’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같은 기술은 왜 필요한가? 만약 수동변속기로 운전을 하면서 5단에서 4단, 또는 3단으로 클러치를 밟고 그대로 기어를 내려 다시 동력을 연결시키면 ‘울컥 거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차의 요동과 함께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클러치는 물론, 동력 계통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있다.
이유는 각 기어마다 속도에 따른 rpm이 다르기 때문. 예를 들어 5단에서 2천rpm 으로 시속 60마일을 달린다고 할 때, 같은 시속을 내기 위해 4단은 2천500rpm, 3단은 3천rpm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럴때 5단에서 4단으로 기어를 내리기 위해 클러치를 밟아 동력을 끊고 곧바로 기어를 넣고 클러치를 연결시키면 rpm은 구동축의 속도에 해당하는 만큼 강제로 rpm을 더 올려버린다. 이럴 때 마치 차체가 뒤로 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엔진에서는 큰 굉음이 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레브 매칭’을 사용한다.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당신이 만약 지금 시속 60마일을 4단 기어로 2천500rpm 유지하면서 달리고 있다면, 3단으로 기어를 내릴 때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넣은 후 클러치를 다시 연결하기 전에 가속 페달을 밟아 3단 기어가 시속 60마일 정도에 유지하는 rpm 만큼 더 올려주면 된다. 앞서 살펴본 예를 통해서 보면, 가속 페달을 밟아 500rpm 정도 회전수를 올려주는 것. 클러치를 밟아 동력을 끊고, 기어를 내려 넣고 인위적으로 rpm을 올린 후 다시 클러치를 떼어 동력을 연결시키면 울컥거림 없이 보다 부드럽게 변속이 된다.
그런데 최근 등장하는 스포츠 주행을 추구하는 자동차들에서는 수동변속기를 가졌다해도 이 레브 매칭 자체를 자동차가 알아서 해주기도 한다. 쉐보레 콜벳 C7 7단 수동기어는 ‘액티브 레브 매칭’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기어를 내릴 때 각 기어 단수별 rpm을 자동으로 맞춰준다. 이로 인해 동력 계통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엔진 브레이크는 물론 가속시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닛산 370Z 역시 수동변속기에 자동 레브 매칭이 가능하며, 최근 공개된 현대 벨로스터N 6단 수동변속기에도 자동 레브 매칭 기술이 포함되어 있으니, 구매 시 참고하면 좋다.
레브 매칭은 실제 레이싱에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를 익혔다면 보다 다이내믹한 엔진 브레이크 사용, 나아가 레이싱에서 쓰는 힐앤토 기술까지도 습득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레이서들만이 쓴다는 수동변속기 조작법. 이제 당신이 사용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