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고성능 모델 앞에는 GR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스포츠 쿠페 GR 수프라, GR86을 비롯해 핫해치백 모델인 코롤라에도 GR이 붙는다. 과연 이 GR은 무슨 뜻일까? GR은 토요타 소속 자동차 경주팀인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GAZOO’는 일본어로 그림 등을 뜻하는 ‘画像(Gazō)’의 영문 발음을 옮긴 것으로 동물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와도 뜻이 통한다. 즉 자동차 경주를 그림을 감상하듯 또는 동물원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재미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이 이름에 담긴 의미다.
가주 레이싱은 지난 2007년 토요타 사내 레이싱 팀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경주에 출전한 것을 시초로 한다. 당시 토요타 부사장인(현 토요타 회장) 토요타 아키오는 팀 이름을 토요타 레이싱으로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이 만든 중고차 포털 사이트 ‘가주’를 가져와 팀 이름을 가주로 지었다. 당시 토요타 아키오는 ‘모리조’라는 예명으로 직접 자동차 경주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로 가주 레이싱은 각종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며 토요타의 주요 스포츠 모델을 통해 경주에 참여했다. 이후 2015년 4월부터 가주 레이싱, 토요타 레이싱, 렉서스 레이싱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그룹 모터스포츠 계열사들이 ‘가주 레이싱’으로 통합됐다. 그리고 2017년에는 모터스포츠 차량 개발을 담당하던 토요타 가주 레이싱 팩토리가 재편되어 ‘가주 레이싱 회사’가 설립됐다. 이후 사내 기업으로 독립성을 인정받고 적극적 신차 개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기존 스포츠 브랜드를 GR 시리즈로 본격 론칭하고 파츠와 튜닝 숍 등을 일본 내 설치하기 시작했다.
GR 브랜드의 첫 전용 모델은 바로 GR 수프라다. 토요타는 2019년 단종됐던 수프라 모델을 BMW Z4 플랫폼(G29)을 통해 부활시켰다. 오스트리아에 자리한 자동차 제조사 마그나 슈타이어에서 만드는 GR 수프라는 단순히 예전 전설의 부활이 아닌 GR 이름의 퍼포먼스를 세상에 알리는 대표적 모델이었다.
이후 토요타는 두 번째 GR 전용 모델인 GR 야리스를 출시했고, 이 차는 일본 토요타 모토마치 공장 내 GR 전용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이어 86의 신형 버전을 GR 86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근엔 GR 코롤라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사내 동호회에서 시작해 토요타를 대표하는 퍼포먼스 브랜드로 성장한 GR. 조금 특별한 토요타를 만나고 싶다면 GR이 붙은 이름의 자동차를 만나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