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쇼의 꽃은 누가 뭐래도 콘셉트카다. 이 차들은 자동차 회사가 추구하려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담거나 현재 팔리는 모델의 후속을 미리 가늠해보기 위해 만들어진다. 시장성에서 자유로운 콘셉트카는 디자이너의 감각을 충분히 반영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충분히 담아낸다. 어떤 것은 너무나 현실과 멀어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양산이 되었으면 하는 모델도 있다. 당신의 마음 속에도 그런 자동차가 있었는가? 여기 콘셉트카로 남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모델 베스트 3를 뽑아본다.
기아도 이제 2시트 로드스터를 만들어야 – GT4 스팅어
기아차는 지난 20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GT 콘셉트를 담은 2대의 모델을 공개했다. 하나는 ‘GT’였고 나머지는 ‘GT4 스팅어’였다. 세월이 흘러 당시 ‘GT’ 콘셉트는 지금 스팅어로 현실이 됐다. 콘셉트카 당시의 디자인 실루엣은 양산 스팅어에서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함께 등장했던 ‘GT4 스팅어’ 콘셉트는 여전히 콘셉트카로 남았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스팅어도 좋지만 어쩌면 뒷바퀴 굴림 날렵한 2도어 쿠페 디자인을 자랑했던 GT4 스팅어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든다. 비록 ‘스팅어’라는 이름은 남았지만, 쿠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스팅어에 이어 텔루라이드까지 선보인 기아. 이제는 로드스터를 가져볼 때가 되지 않았나? 다시 한번 GT4의 양산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60년대 롱 보디 스타일. 캐딜락의 영광을 다시 – 씨엘 콘셉트
캐딜락을 생각하면 요즘처럼 날렵하고 세련된 모델보다 60년대 길고 낮은 느낌을 내는 디자인이 먼저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 캐딜락은 유럽 스포츠 세단처럼 멋의 깊이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캐딜락의 ‘크기’와 ‘고급’에 향수를 지닌 이들이 많다. 옛 캐딜락의 멋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지난 2011년 등장한 ‘씨엘’ 콘셉트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 차가 양산되기를 바라는 마니아들이 지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씨엘은 캐딜락 특유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극대화시키고 그릴 디자인과 보디 레이아웃을 복고풍으로 다듬어냈다.
특히 사이즈가 엄청나고 도어는 롤스로이스와 같은 스타일로 열린다. 펜더에서부터 범퍼로 폭포처럼 떨어지는 헤드램프는 이후로 등장한 엘 미라지와 에스카라 콘셉트를 통해 보다 구체화됐고 실제 양산을 거친 신형 캐딜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씨엘은 콘셉트로 끝났다. 특히나 캐딜락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기에 씨엘과 같은 풍요로움은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포드가 다시?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 포드 021C
10년만 넘어도 당시 콘셉트카의 느낌은 지금과 다르다. 그런데 1999년에 만들어진 콘셉트카 중 지금 그대로 나와도 손색없는 모델이 있다. 바로 포드 021C이다. 이 차의 디자이너는 마크 뉴슨. 그는 지난 2014년 9월 애플에 영입되어 화제를 낳은 인물이기도 하다. 뉴슨은 본래 자동차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뉴슨이 자동차 디자인에도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 그가 손을 댄 자동차는 O21C가 유일하다. 당시 포드의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인 제이 메이스는 마크 뉴슨에게 21세기를 앞둔 포드의 새로운 콘셉트카를 주문했다.
이 차는 지금 유행처럼 불고 있는 전기차 디자인으로 손색이 없다. 포드라는 회사에서 이런 실험적인 작품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이들은 큰 차를 만드는 회사에게 3박스 형태의 앙증맞은 자동차를 선물했다. 그리고 이 차는 1999년 도쿄 오토쇼를 통해 공개됐지만 안타깝게도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포드가 추구하는 미래형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해답을 O21C에서 찾으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애플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루머가 몇 년 전부터 흘러나온다. 애플이 만약 전기 무인차를 만든다면 뉴슨의 디자인을 한 번 더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