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도 맛도 지역마다 다 다르다! 한국 물회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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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리물회에 대처하는 자세

제주에서 물회는 자리물회다(제주에서는 자리돔을 ‘자리’라고 부른다).제주 고유의 자리물회는 관광객에게 익숙한 자리물회와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육지 사람에게는 도전의 대상이기도 하다.

바다가 순한 보목은 자리가 작고 연하다. 보목 포구와 법환 포구가 자리물회로 유명하다.자리는 연중 잡히지만, 보리가 여무는 봄에 제일 맛있다.
*특히 보목 포구는 매년 봄 자리돔 축제가 열린다.

제주 사람이 되는 방법
육지 사람은 전통 자리물회 앞에서 세 번 놀란다.처음엔 된장 국물에 놀라고 이후, 제피나무 잎과 빙초산에 놀란다.이 세 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입맛만큼은 제주 사람!
*향신료인 제피는 고수처럼 호불호가 갈린다.

한치물회의 계절
자리물회가 거북하다면 한치물회를 추천한다.고추장·설탕·참기름이 양념의 핵심! 매콤하고 고소하며 달짝지근하다.한치는 차귀도 바다가 유명하다.

제주도 물회 지도
보목 포구에 ‘자리가시횟집’ 등 전통 자리물회 식당 네댓 곳이 몰려 있다.법환포구 ‘포구식당’, 서귀포 남원 ‘공천포식당’, 서귀포 시내 ‘맨도롱해장국’,제주 시내 ‘엉덩물’ 등이 제주 토박이가 꼽은 자리물회 집이다.
*자리물회 가격 : 1만 ~ 1만5000원

강원도| 동해 바캉스가 만들었다

강원도를 물회의 고장으로 부추긴 이들은 다름 아닌 관광객!여름 음식을 찾는 바캉스 족을 위해 등장한 별미는 ‘오징어국수(오징어물회)’지만,오징어가 귀해지면서 강원도 물회는 여러 해산물이 담긴 ‘모둠 물회’로 발전했다.

속초 토박이는 ‘3대 물회’를 찾지 않는다
속초 토박이는 대형 관광식당 대신 작은 횟집에서 물회를 즐긴다.장사항 해안에 자리한 ‘이모회집’도 동네 단골이 아끼는 집으로,해초 ‘지누아리’와 성게 알을 넣은 한천 묵은 보는 재미와 씹는 재미가 있다. 2만원.

동명항 외각의 ‘구구집’도 속초 토박이가 자주 들른다는 집이다. 택배 주문이 가능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문해 먹는 손님이 많다.국물을 많이 마셔도 텁텁하지 않다. 1만8000원.

쇠퇴한 갯마을 살려낸 물회

강릉에는 물회로 똘똘 뭉친 마을이 있다. 바로, 사천항 앞의 사천진리다.현재 사천진리의 식당 21곳이 물회를 낸다.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은 ‘사천물회전문’로 알싸한 국물 맛이 특징! 1만8000원.

양양에서는 수산항 근처 횟집 ‘동쪽바다세꼬시’가 물회로 이름이 났다.이 식당의 물회는 꾸미 없이 단출하며, 횟감으로 동해 대표어종 참가자미만 쓴다.고추장이 아닌 집 된장으로 뼈째 썬 회를 무친다. 1만3000원.

경북 포항| 고추장에 비벼야 물회

물회 대중화의 고장 – 포항
포항은 물회 대중화의 본고장이라 할 만하다.고추장에 비벼먹는 전통 물회부터 얼음 육수 물회까지 다채롭다.외지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의 ‘설머리물회지구’다.

이 중에서 ‘환여횟집’과 ‘마라도회식당’은 서울까지 알려진 명소! 두 식당의 물회는 닮았다. 육수를 따로내고, 매운탕과 소면 한 줌도 준다.환여횟집은 횟감으로 광어, 마라도회식당은 우럭을 쓴다.

죽도시장 안 ‘수향회식당’은 포항 토박이가 꼽는 물회 집으로,메뉴는 물회(1만2000원)와 회밥 뿐이다.처음엔 회무침, 다음엔 회덮밥, 끝으로 물회. 이른바 정통 경북 물회다.

포항시 서병일 마케팅팀장은 북부시장을 추천했다. 북부시장에서는 막회집에서 물회도 하는데, 대부분 2대, 3대를 이어온 집이다.북부시장의 상인들은 “물회 맛은 고추장이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뱃사람의 해장법 – 영덕
영덕 강구항은 대게로 유명하지만, 물회로도 명성이 높다.43년째 자리를 지키고있는 ‘청송식당’은 미주구리(물가자미)를 뼈째 썬 물회를 내는 집이다.다진 마늘과 청양고추가 들어간 데다 고추장자체가 매워 자극적이다.

영덕 대진항의 ‘돌고래횟집’은 자연산 활어만 쓰는 집이다.도다리물회(2만원)를 주문하면 도다리 외에도광어·노래미 회가 함께 그릇에 수북히 담겨 나온다. 고추장 맛과 반찬도 좋다.

글·사진= 손민호 기자, 양보라 기자, 최승표 기자
제작= 노희경

출처: 미주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