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마력은 기본. 수퍼카 잡는, 하이퍼(Hyper)카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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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카’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뛴다. 그러나 요즘은 ‘수퍼카’들 마저도 너무 흔해진 시대에 살고 있기에 예전같은 느낌은 아니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하이퍼카’들은 수퍼카를 향한 부러운 시선까지도 뺏아갈 정도로 너무나 강하다.

‘하이퍼(Hyper)’의 어원을 살펴보면 ‘초월’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표현이 자동차에 붙으면 수퍼(Super)카를 초월한 자동차라는 개념으로 쓰인다. 하이퍼카라는 용어는 지난 2005년 부가티 베이론과 함께 등장했다. 당시 부가티 베이론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은 자동차들과는 분명 다른 장르로 다가왔다.

론칭 당시 최고의 하이퍼카로 통했던 부가티 베이론. Photo=Bugatti news

1천마력이 넘는 괴력과 더불어 113만 유로라는 가격. 게다가 한정생산이라는 희소성은 베이론을 당대 최고의 자동차로 손꼽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베이론을 수퍼카에 가두기에는 너무나 부족했을까? 수퍼카를 뛰어넘은 하이퍼카는 베이론을 표현하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이퍼카를 정의함에 있어 아직도 딱 들어 맞는 기준은 없는 것 같다. 특히 모델에 따라 성능에 있어서는 기존 수퍼카 그룹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대체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하이퍼카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퍼카보다 주행 성능이 월등히 앞서야 하다. 둘째 가격이 약 15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셋째 희소성이 수퍼카보다 높아야 한다 정도로 볼 수 있다.

부가티, 코닉세그와 함께 하이퍼카 3대장 중 하나인 파가니. Photo=Pagani media

이런 기준에서 하이퍼카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부가티, 코닉세그, 파가니를 꼽는다. 그러나 기존 수퍼카 브랜드 중에서도 마력이 높거나 한정판 모델의 경우 하이퍼카 호칭을 붙이기도. 대표적으로 멕라렌 P1, 페라리 918 스파이더,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같은 모델은 하이퍼카 제조사는 아니지만 희소성과 성능 등을 이유로 하이퍼카 범주로 인정하기도 한다.

최근엔 스타트업 전기차 브랜드들이 하이퍼카를 내놓기도 한다. 어쩌면 이들 모델로 인해 하이퍼라는 의미가 앞으로 더 많이 사용될지도 모른다. 최근 등장하는 하이퍼카들은 전기 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를 지니거나, 순수 배터리만을 이용하는 전기 하이퍼카가 대세를 이룬다. 리막오토모빌리의 전기 하이퍼카인 컨셉트 원은 테스트 단계에서부터 부가티를 위협할만큼 강한 파워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크로아티아에 기반을 둔 리막은 지난해 중국 카멜그룹으로부터 3천600만 달러를 투자 받는 등, 앞으로 전기 하이퍼카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브랜드. 리막은 최근 2018 제네바오토쇼를 통해 C_Two를 공개했는데, 이 차는 1888마력을 내는 전기차로 시속 0부터 60마일까지 2초 내로 도달할 수 있다.

최신 전기 하이퍼카 리막 C Two(사진 위)와 NIO EP9.

중국 웨이라이 자동차는 영국에 전기차 브랜드 NIO를 론칭하고, EP9이라는 전기차를 공개했다.  EP9은 독일 뉘르브루크링 서킷에서 전기차 최고 기록을 내는 등 시작부터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모델로 컨셉트를 잡았다. 1,341 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통해 시속 0부터 60마일까지 단 2.9초에 도달한다. 성능과 희소성, 가격면에 있어서 EP9은 하이퍼카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MIT와 손잡고 만든 테르조 밀레니오 컨셉트. Photo=Lamborghini news

이 같은 스타트업 전기차 브랜드 외에 전통적 수퍼카 브랜드 역시 전기 하이퍼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 람보르기니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손잡고 테르조 밀레니오 컨셉트를 공개했다. 이 차에는 자율주행 기능은 물론 내연기관에 바탕을 둔 기존의 포퍼먼스에서 벗어나 람보르기니식 전기차 성능이 더해질 예정. 멕라렌 역시 F1 레이싱카보다 빠른 하이퍼카 ‘BP23’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는 가솔린-전기동력 하이브리드를 바탕으로 최고시속 약 242마일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처럼 향후 몇년간은 수퍼카 잡는 하이퍼카 전성시대가 열릴지 모른다. 수퍼카 브랜드들의 하이퍼카 진입과, 하이퍼카 브랜드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얼마나 더 빠르고 비싸며 희소성 있는 자동차들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자동차인지 로봇인지 잘 모르겠다. 반면 친근한 이미지의 이 모델은 누구?